"최근 일본에서 정보기술(IT) 분야 인재 확보가 해마다 어려워져 이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수인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이노베이션(혁신)을 추구하고 보다 매력적인 서비스운영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다양한 국가의 인재를 뽑는) 다양성(Diversity)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대졸자들을 채용하고 나선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일본 IT기업 니프티 경영전략추진부의 사이토 에리 씨는 "한국 대졸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어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데다 문화적으로 일본과 친화감이 높아 입사 후에 조직에도 잘 융합이 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2명의 한국 대졸자를 채용한 니프티는 이들에 대한 주변 평가가 좋아 앞으로도 한국 대졸자 채용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인재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 기업 담당자들이 한국 대졸자들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일본어·영어 등 뛰어난 어학능력과 일본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 그리고 해외근무나 영업을 마다하지 않는 도전의식 등이 꼽힌다. 특히 일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IT 등 분야에서 한국 대졸자들의 선호도는 더욱 높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 홍보부의 유키노 고토코 씨는 "일본 기업들이 대졸자 중에서도 즉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 채용에 힘을 쏟고 있고 컴퓨터과학 등 이공계 인재를 뽑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국적별로 채용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국적 입사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올해도 한국 내에서 설명회나 입사 전형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라쿠텐은 사내 공용어로 일본어가 아닌 영어를 채택할 정도로 일본 내에서 국제화에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기업처럼 스펙이 즐비한 서류전형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4~5번의 면접을 거치며 직원을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일본식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금융회사 오릭스의 와키 마유미 인사부 인재개발팀장은 "특별한 선발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어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왔고,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을 회사생활 속에서 어떻게 살릴 수 있을 지를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라쿠텐의 유키노 씨도 "국적과 상관없이 라쿠텐의 기업 이념에 공감하고 글로벌 지향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대학시절 교환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일본 문화를 접한 경험이 있으면 취업에도 유리하다.
한국 지방국립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송인혜 씨(26)도 대학 때부터 일본 기업을 염두에 두고 취업준비에 나선 케이스다. 송씨는 대학 시절 도쿄 한 대학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고, 대학 졸업후 일본 기업 문을 계속 두드렸다. 현재 대표적인 휴양섬 오키나와 나하에 있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이 회사가 한국 직원을 뽑은 것은 송씨가 처음이다. 그는 "일본 기업은 스펙을 그다지 보지 않고 토익 허들도 600~700점 정도로 낮은 편"이라며 "지금 일하는 호텔이 내년에 서울에 호텔을 열 계획이라 한국 근무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예 처음부터 일본 취업을 염두에 두고 일본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 학생들도 늘고 있다.
도쿄한국학교의 올해 졸업생 89명 가운데 일본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은 전년보다 10명이나 늘어난 30명에 달한다. 도쿄한국학교 조형도 교무부장은 "일본 대학은 유학생을 받아들이면서 졸업 후 취업까지 연계하곤 한다"며 "국제교양학부에 입학해 어느 정도 이상 성적이 되면 글로벌 종합상사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명문 사립대들이 국제화를 위해 글로벌 전형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것도 한국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도쿄한국학교 졸업자 중 와세다대 진학자는 2014년 1명에 불과했지만 유학생에게 문호를 늘린 2015년에는 일본 대학 진학자의 절반 이상인 11명이 와세다대에 합격하기도 했다. 한국 고교나 국제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일본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도 산업인력공단과 함께 만 34세 이하 청년들에게 어학·직무 교육을 제공하고 일본 기업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K-무브(MOVE)' 사업 등을 통해 청년들의 일본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본은 스펙보다 잠재력을 많이 보는 이른바 '포텐셜 채용'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 지·여·인(지방대, 여성, 인문계)이 규모가 큰 기업에 종합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구직자 입장에선 일본 글로벌 기업에 종합직으로 가면 미국 유럽 등 해외근무를 할 기회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일본 근무를 한 진옥동 신한지주 부사장은 "일본취업의 경우 대학교 3학년 2학기 즈음 리쿠르팅 회사에 등록을 해놓으면 4학년 2~3월에 리쿠르팅 회사에서 적성검사 면접 등을 보라고 연락이 온다"면서 "하지만 한국에서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5월 채용 시즌이 임작해야서 취업박람회 등을 쫓아다니며 준비를 하는 탓에 취업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진 부사장은 "미리 취업 전략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취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금물이다. 조직을 중시하면서도 개인주의가 강하고, 책임의 무게가 무거운 일본 문화를 사전에 이해하고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많다. '한국에서 취업이 안되니 일본에 가겠다'는 단순한 사고로는 입사 성공률도 낮고, 설령 입사를 한다해도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세종 =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