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 후보자들의 토론회 때마다 나오는 얘기입니다. 정책은 없고, 막말과 비난만 쏟아지는 통에 기대를 안고 TV앞에 앉은 유권자들은 늘 실망을 했죠.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TV토론이 도입된 건 1997년, 15대 선거부터 입니다. 첫 대선 TV토론회에선 공정성 논란이 일었죠. 그나마 나았다는 16대 대선 토론회는 유력 후보들이 근거도 없이 상대 후보자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만 열을 올렸고, 17대 토론회는 아예 시작부터 막말 잔치였죠. '거짓말 논란이 있는 후보와 토론하는 것 자체가 창피하다', '대한민국 검찰을 못 믿으면 북조선 검찰을 믿겠냐' 등 말이죠.
그런데 사실 이 정도는 약과 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적도 있었거든요.
"단일화를 계속 주장하시면서 이렇게 토론회에 나오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 박근혜 /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12년 12월 4일, 대선 후보 1차 토론회)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기 위한 겁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
- 이정희 /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 (12년 12월 4일, 대선 후보 1차 토론회)
거의 막장이었죠. 다음 날 정책은 온데간데 없고 저 얘기로 모든 신문이 도배되다시피 했었으니까요.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선 후보가 가진 정책과 비전을 자세히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오늘 선관위가 대선후보 TV토론회의 방식을 새롭게 바꿨습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분야 총 3차례 진행하는데, 경제를 제외하곤 후보들이 원고없이 주어진 18분동안 자유롭게 말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요.
'와, 이젠 우리도 미국처럼 정책에 대한 후보 간 설전을 볼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도 양자 구도일 때나 가능하지, 지금처럼 5명의 후보가 나오는 경우에는 자칫 선두 후보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다 시간이 다 가진 않을까 우려도 됩니다.
대선 TV토론회는 대통령을 선출하기 전 유권자들이 후보와 그의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정책이 아닌 비방과 막말로 채운다면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판단할 기회를 뺏기게 되는거죠.
오는 23일, 그 첫 번째 잔치가 열립니다. 이번엔 유권자들이 얻는 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