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화재로 서울 도심에 있는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 큰 충격을 줬었죠.
그런데 도심 곳곳의 다른 문화재들도 화재에 무방비로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흡연자들이 점령해버린 문화재, 이병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중구에 위치한 광통관.
1909년에 지어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점포인 이곳은 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습니다.
화재 예방을 위한 금연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지만, 인근 회사원들이 모이는 흡연 '메카'이기도 합니다.
▶ 스탠딩 : 이병주 / 기자
-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표지판이 있지만 바로 옆에는 담배 꽁초가 버려져 있고, 인근 빗물받이는 재떨이로 변했습니다."
금연구역 관리가 안 되고 주변이 너무 지저분해지자, '깨끗하게 담배를 피워달라'는 안내가 붙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벌어졌습니다.
80년 넘게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옛 제일은행 본점 역시 서울시 지정 문화재입니다.
그런데 금연구역인 건물 앞 매점이 버젓이 흡연부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흡연자
- "(흡연부스까지) 이동경로가 머니까 아무래도, 빨리(피우려고)…."
서울시는 지난 2013년 90여 곳의 문화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표지판까지 설치했지만, 단속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금연구역) 지정만 돼 있고 관리를 어떻게 할건지에 대한 법이 없거든요, 그거에 대한 후속작업이 들어가야 하는데…."
사실상 유명무실한 문화재 금연구역법 탓에 오늘도 도심 속 문화재들이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MBN뉴스 이병주입니다.[ freibj@mbn.co.kr ]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