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MT서 동성 몸에 치약 바르지 마세요…짖궂은 장난아닌 `성추행`

장난이라며 대학 MT나 수학여행에서 잠자는 동성 친구의 몸에 치약을 바르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행위가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최초 판결이 나왔다.
11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안종화)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4•대학원생)와 하모씨(23•대학생)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노모씨(20•대학생)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24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서울 K대에 재학중인 이씨 등은 지난해 3월 12일 오전 2시 50분께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로 MT를 가 술에 취해 팬션에서 자고 있는 같은 과 신입생 A씨(21)의 배와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바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씨는 휴대전화로 해당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도 있다.
특히 이번 재판은 대학 MT나 수학여행에서 이 같은 동성간 행위를 짖궂은 장난 쯤으로 치부하던 관행이 적지 않은 가운데 열린 첫 사례여서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렸었다.
피고인들은 이 같은 행위가 추억거리로 용인되던 사회적 통념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판례가 없는 첫 사건이다 보니 배심원 선정부터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측의 날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검찰과 피고인측의 유•불리에 따른 배심원 기피가 잇따르면서 배심원 9명과 예비 배심원 1명을 선정하는데만 2시간 30분이 걸렸고, 10일 오전 시작된 재판은 하루를 넘긴 이날 오전 4시 30분까지 19시간이나 걸렸다. 재판의 쟁점은 추행 고의 여부, 추행에 의한 상해 여부, 동영상 촬영의 성적 수치심 유발 의도 여부 등 세 가지였다. 날선 공방 끝에 검찰은 하씨에게 징역 5년 6월, 이씨와 노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피고인들의 성추행과 하씨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다. 피해자가 성추행으로 피부염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었다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내린 유죄 평결을 그대로 인정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친분이 없는 피해자가 성적수치심을 느낄 것을 예상하고도 피해자의 상의를 걷어 올리고 하의를 내린 뒤 성기 주변에 치약을 발라 고의가 인정된다"며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가 성추행으로 피부염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료기록부 등을 종합해보면 피해자의 피부염은 자연 치유될 정도로 경미해 상해로 볼 수 없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도 치약을 바른 행위와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