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4월 청주에서 대학교에 다니던 A(21)씨는 PC방에서 고교 선배 B(22)씨를 만났습니다.
B씨는 "아는 이모가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데 휴대전화 개통 실적을 올려야 하니 신분증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신분증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만 하면 서류상으로 개통 실적만 올리고 바로 해지해 피해가 없게 하겠다고 B씨는 설명했습니다.
대가로 용돈 10만원까지 주겠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자신의 신분증을 건네줬습니다.
8개월 뒤 A씨는 자신 앞으로 나온 채권추심·압류 통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휴대전화 요금과 소액결제로 400여만원이 체납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통신회사 확인 결과 A씨 앞으로 고가의 스마트폰 3대가 개통돼 있었습니다. 주로 상품권을 산 소액결제는 160여만원에 달했습니다.
자신의 신분증이 도용된 지 까맣게 몰랐던 A씨는 8개월 만에 요금 폭탄을 맞은 것입니다.
좋은 선배인 줄만 알았던 B씨는 대포폰 사기단 모집책이었습니다.
B씨는 A씨와 같은 지인들에게 10만원을 주겠다고 꼬드긴 후 신분증 사본을 받은 뒤 청주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윤모(35·여)씨에게 넘겼습니다.
모집책에게 신분증 사본을 넘겨받은 윤씨는 A씨 등 피해자 한 사람당 3∼4대 스마트폰을 개통했습니다.
윤씨는 100만원 상당의 단말기를 70만∼80만원에 중고로 팔아 돈을 챙겼습니다.
스마트폰을 판 뒤 유심칩을 따로 챙긴 A씨는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이용해 각종 상품권을 사들여 현금으로 바꿨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윤씨가 부당하게 챙긴 돈은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6억원에 달했습니다.
A씨처럼 신분증을 빌려줬다가 요금 폭탄을 맞은 피해자는 청주, 인천, 포항 등지 137명에 달했습니다.
대포폰 개통 당시 윤씨는 피해자들이 명의가 도용된 줄 모르도록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본인 주소로 지정했습니다.
B씨 등 모집책 4명은 페이스북 등 SNS에 "신분증을 빌려주면 1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모았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용돈이 궁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수익금으로 외제차, 부동산 등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
청주 상당경찰서는 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윤씨를 구속하고, B씨 등 모집책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자신이 피해가 본지 수개월 뒤 뒤늦게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까지 피해 신고가 계속 이어져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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