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2 대기업 패션·잡화 면세사업권에 발목잡힌 인천공항, 중복낙찰 허용 추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DF3(패션·잡화) 면세사업권에 대한 4번째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인천공항이 이번에도 유찰되면 중복낙찰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관세당국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면세사업권에 대한 중복낙찰이 허용되면 신라와 롯데면세점이 DF3 사업권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정일영)는 오는 23일 마감하는 DF3(패션·잡화) 4차 입찰이 재유찰되면 관세청과 중복낙찰 불허 조건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협의해 재입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관세청과 인천공항은 연말께 문을 열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 1만㎡를 대기업 3개, 중소·중견기업 3개 등 6개 사업권으로 분리·입찰했지만 DF3만 지원자가 없어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당초 646억 원 이었던 DF3의 최저 입찰 가격을 90% 수준인 582억 원까지 낮추며 3차례 재입찰을 진행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공사는 최저 입찰 가격을 517억 원으로 낮춰 지난 12일 4차 입찰공고를 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당초 대비 20% 낮은 임대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유찰이 계속되면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관세당국과 중복 낙찰을 허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애초 인천공항은 최저 입찰 가격을 10% 정도 인하하면 DF1~DF2에 도전했다 탈락한 신세계, 한화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패션·잡화 주 고객인 중국인 여객이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중국 국적 항공사도 T2로 취항하지 않아 투자 대비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서 무의에 그쳤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유찰이 계속되면 DF1~2 사업권 낙찰자의 입찰 참가 없이는 경쟁입찰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세청과 중복낙찰 허용 문제를 재협의한 뒤 재입찰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DF1(향수·화장품,2105㎡) 사업권자로 선정된 신라와 DF2(주류·담배·식품, 1407㎡) 사업권자로 선정된 롯데를 DF3 사업권에 입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이다.
현재는 중복 낙찰 불허 방침에 따라 1개 사업권에 낙찰된 사업자는 다른 사업권을 함께 받을 수 없다.
인천공항이 중복 낙찰 허용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롯데와 신라측이 인천공항이 제시한 DF3 최저 금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복 낙찰이 허용되면 DF1~2 사업자인 신라와 롯데가 현 임대료 수준에도 DF3 사업권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