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로 예정된 중·고등학교 대상 일제고사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전수평가방식에서 샘플을 선정하는 표집평가로 바뀐다. 9년만에 평가방식이 과거 진보정권 시절로 돌아가면서 사실상 일제고사가 폐지되는 셈이다.
일제고사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이자 보수정권 시절 진보 교육계에서 꾸준히 주장했던 의제다. 수능·내신 절대평가, 특목고 폐지에 이어 교육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진보성향 교육철학이 전방위로 정책에 반영되며 일선 교육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후퇴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정기획자문위는 오는 20일 예정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방식을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변경하는 안을 교육부에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지난 9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단이 이 문제를 저희들에게 제기했고,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며 “공약도 있고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여서 충분히 고려해 교육부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이날 "국정기획위의 제안을 반영해 올해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시·도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국가수준 결과분석은 표집학교에 대해서만 실시한다”며 “올해 이후 학업성취도평가도 표집평가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란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가수준에서 학생의 학업성취수준을 진단,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1986년부터 시행됐다. 시행이후 정권의 성격 또는 필요에 따라 평가대상과 평가방식이 바뀌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1998~2008년)에는 표집방식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2008~2016년)에는 전수방식으로 평가됐다. 20년 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도 평가가 이뤄졌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 폐지됐고 현재는 중3과 고2를 대상으로만 전수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예정된 2017년 학업성취도평가는 교육부에서 선정한 표집학교에서만 평가가 시행되고 이외는 시도교육청별로 자율적으로 시행된다. 오는 11월에 발표되는 성적결과도 기존과 달리 표집 학교 및 채점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만 채점 및 개인별 평가결과가 제공된다. 기존에는 응시현황, 평가결과 3등급(보통학력이상·기초학력·기초학력미달) 비율, 향상도 등이 각 학교별로 학교 알리미를 통해 공개됐다.
특히 일제고사가 폐지되며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을 두고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성적과 점수 중심의 평가로 인한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는 측면이 있으나 경쟁이 배제되며 평균 학력이 저하되고 교육현장에서의 활력이 저하돼, 사교육을 오히려 조장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측은 “4차산업혁명을 맞아 개인별 맞춤형교육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개인별 학력에 대한 진단과 평가, 그리고 피드백이 중요하다”며 “표집평가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꼼꼼한 평가를 원하는 학생 및 학부모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일부 학교에서는 학업성취도평가를 두고 과열 경쟁을 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표집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정확한 성적을 측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표집평가로 개인별 학업성취 수준이 파악이 어려워짐에 따라 학업포기자(학포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될 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단위학교나 시·도별 자체 진단평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등을 활용해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학습수준을 진단하고 보정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다수를 차지하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전수평가로 시행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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