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3만t의 하수를 처리하며 규모에서 세계 5대 하수처리시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서울시 마곡동의 서남물재생센터. 넓은 대지 위에 들어선 거대 하수처리건물들과 쭉 늘어선 태양광 발전패널들을 지나치고 나니 커다란 빈 공터가 유독 눈에 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중력농축조라는 슬러지 침강시설이 있던 자리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길 기다리고 있다.
한강 녹조를 절반 이상으로 줄여줄 '총인(T-P)처리시설'이 바로 이 공터에 내년 초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향후 2년간 25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서울에 있는 4개의 하수처리센터에 총인처리시설을 각각 설치할 계획이다. 총인처리시설이 완공되면 한강 녹조피해뿐만 아니라 서해바다의 환경오염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정중곤 서남물재생센터 사장은 "주로 음식물과 분뇨로 하수에 섞여들어오는 '인(P)'은 녹조의 주요 원인인데, 총인처리시설을 설치하면 하수 중 인 농도가 현재 0.5ppm 수준에서 2019년도부터는 0.2ppm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인처리시설은 폴리염화알루미늄(PAC)이라는 약품을 하수에 투입해 인을 걸러낸다. 약품을 통해 물 속 인이 응집해 가라앉으면 이를 걸러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웅희 서울시 물재생시설팀장은 "서울의 경우 하수 배출량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고 수변공간 이용인구도 많아 한강 부영양화가 심해 녹조가 빈번하게 발생해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총인처리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강 녹조경보 발령일수는 2014년 47일에서 2015년 245일로 급증했다. 낙동강 조류경보 발령일수가 2014년 325건, 2015년 374건인 것과 비교해봤을 때 한강의 녹조 피해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팔당댐 방수량이 늘어나 녹조 발생이 줄어들었지만 댐 방수량은 항상 조절 가능한 게 아니라 근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서울시는 총인처리시설 구축에 나섰다.
이 팀장은 "서울시 총인처리시설을 완공할 경우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행주대교의 경우 인 농도가 3.74ppm에서 2019년 0.153ppm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한강대교의 경우는 같은 기간 인 농도가 3.42ppm에서 0.112ppm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강의 인 농도가 줄어들면 녹조 발생 빈도도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이 팀장은 "일부에서는 녹조 발생 주된 원인으로 느린 유속을 꼽지만, 물 속에 인이 적게 들어가있다면 유속이 느려도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지기때문에 녹조를 줄이기 위해서는 총인처리시설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총인처리시설 건설을 추진해 지난 3년간 기본계획 수립·타당성 조사·설계 등을 마치고 현재 공사 발주를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 4개 물재생센터 총 204만t의 하수가 총인처리시설을 거치게 된다. 서남물재생센터가 하루 74만t을 총인시설에서 처리해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 그 다음은 탄천 45만t, 난지 44만t, 중랑 41만t순이다. 난지물재생센터의 경우 오는 7월 공사 발주에 들어갈 예정이고, 총인처리시설 설치 완료는 네 곳 모두 내년 12월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총인처리시설 운영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서남물재생센터에만 900억원의 재원이 투입되는 등 총 2500억원이 총인처리시설에 투입된다. 서울시는 하수특별계획 예산을 기본으로 해서 올해 609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중이다.
정 사장은 "2012년부터 방류수의 인 수질기준이 0.5ppm 수준으로 강화됐지만 현재 시설로는 갑자기 하수처리량이 많아질 경우 수질기준 준수가 어려웠는데, 총인처리시설이 들어서면 안정적으로 인 수질기준을 0.2ppm 수준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 강서구 서남물재생센터 직원이 하수 처리 후의 물을 컵에 담고 있다. 그 옆 컵에 담긴 하수 처리 전의 물과 비교하면 훨씬 깨끗하다. [이충우 기자] |
서울시는 수도요금 중 포함돼 있는 하수도 요금으로 사업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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