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기춘 징역 7년·조윤선 징역 6년 구형…김상률 6년·김소영 3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일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각각 징역 7년, 징역 6년을 구형했습니다.
특검은 김 전 실장 등의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국가와 국민에 끼친 해악이 너무나 중대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피고인들은 참모로서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국민 입을 막는 데 앞장섰다"며 "이들은 네 편 내 편으로 나라를 분열시키려 했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았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특히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의 부당성을 강조했습니다.
특검은 "이 사건은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 통치 행위상 상정할 수 있는 국가의 최고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들은 소극적으로 응하는 공무원이나 산하단체 임직원에게 좌천성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실행 방법이 졸렬하고 폭력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원배제 기준이 '문재인 지지' 등 이성적 국가에서 도저히 선정할 수 없는 것들이었고, 이유를 알리는 절차 등 합헌적인 과정을 모두 생략함으로써 합법적 이의 제기를 철저하게 배제했다"고 했습니다.
김 전 장관 등의 재판에서도 특검은 "피고인들이 비록 공소사실 모두를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범행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크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 "비서실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도 본 일도 없다"며 "문화·예술계 개인이나 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는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작성된 명단을 본 일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문화인들과 국민께 당시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거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혐의에 관해서는 "내가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주장은 참기 힘들다"며 "이 사건이 다 끝난 뒤에도 남아 있을지 모를 블랙리스트의 주범이라는 낙인"이라면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조 전 장관은 남편이자 변호인인 박성엽 변호사가 수사와 재판에서 느낀 소회를 말할 때도 감정이 복받친 듯 연신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이 구속된 뒤 집에 돌아와 텅 빈 방을 보면서 '지켜주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해 무력감을 느꼈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김 전 실장 등은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관리하며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이나 관련 단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게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 전 장관은 노태강 전 체육국장(현 2차관) 등 문체부 국장 3명에게 부당한 인사 조처를 한 혐의도 받습니
이 밖에도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국회에서 블랙리스트에 관해 모른다면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를 받습니다.
특검은 함께 기소된 청와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6년,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선고 공판은 이달 27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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