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부터 연례행사로 진행되온 성소수자 행사 '퀴어문화축제'가 새 정부 출범 분위기를 타고 노동계와 동물보호 단체, 문화예술단체 등도 가세한 최대 규모로 막을 올렸다. 하지만 종교단체 등이 이에 반대해 '맞불집회'를 열면서 찬반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14일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광장에서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퀴어 야행(夜行), 한여름 밤의 유혹'이라는 주제로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을 개최했다. 15일에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부스행사와 도심을 행진하는 '퀴어퍼레이드'를 펼치고, 오는 20일과 23일에는 서울 강남구 소재 영화관에서 퀴어영화제를 여는 등 축제 일정을 이어간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시민공모와 투표를 통해 올해 퀴어축제의 슬로건을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로 결정했다. 조직위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한 행사에서 '나는 동성애자인데 내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겠는가'하는 질문을 받고 '나중에 말할 기회를 주겠다'며 발언을 제지한 데 대한 문제 제기이자 답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관련 단체 외에도 각계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의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소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단체들이 대거 참가를 선언하면서 사회적 소수자가 연대하는 형태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등 참가단체만 101개에 이르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홍보부스를 설치해 국가기관 중 처음으로 행사 지원에 나선다.
특히 올해 행사는 주한영국대사관·주한프랑스대사관 등 외국 공관들도 참여를 희망하면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주한미국대사관은 퀴어축제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의미로 대사관 건물에 무지개 깃발을 내걸기도 했다. 미대사관은 연방대법원이 동성혼을 합법화한 2015년부터 국내 퀴어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퀴어축제 반대 집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자칫 충돌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개막식이 열리는 14일 오전부터 서울 도심에서는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 집회가 잇따랐다. 예수재단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퇴진 인권위 해체 동성애 반대 기도회'를 열어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기로 한 국가인권위원회와 축제 장소를 허용한 서울시에 대한 매서운 비판을 내놨다.
예수재단 임요한 목사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청광장을 1년에 한 번 씩 음란 행위와 성적 타락을 위한 해방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동성애자가 소수이건 다수이건 전통적인 가정 질서와 미풍양속, 윤리와 도덕을 해치기 때문에 망국행위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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