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피베르디 프랑스 꽃예술학교장 [한주형 기자] |
"최근엔 지난 35년의 작품들을 모아서 '김영주의 꽃 이야기Ⅱ' 작품집을 냈습니다. 제 작품엔 동서양의 조화가 담겨있어서 해외 플로리스트들에게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저의 스승이 있는 미국을 비롯해 꽃 산업에 눈을 뜨기 시작한 중국에서도 작품집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옵니다. 최근 사드로 양국관계가 경직된 상태에서 고무적인 일이죠."
김영주 씨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플로리스트이다. 지난 2015년에 유럽에서 뽑은 '세계 플로리스트 30인'에 선정됐고, 올해엔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국제 플로랄 전문강사인 PFCI로 자격을 얻었다. 김씨는 2007년과 2016년엔 미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꽃 심포지움인 AIFD의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플로리스트 15명이 무대에 서서 꽃을 주제로 1시간 동안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기량을 보여주는 연례 행사인데 아시아 쿼터로 지정된 한 자리의 주인공이 바로 그녀였던 것. 또 프랑스를 대표하는 꽃 예술학교인 피베르디의 한국분교 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프랑스 현지에서도 피베르디 마이스터과정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 출신으로 꽃의 대륙인 유럽에서 직접 강의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피베르디에서는 통역을 두면서까지 그녀를 교수로 섭외했다.
"처음엔 취미로 꽃꽂이에 입문했어요. 저 정도 연배의 사람들은 당시 결혼을 하면 바깥 활동을 하기 쉽지 않았어요. 태교도 할 겸 시작했는데, 나중에 유럽 등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아름다운 꽃 문화에 흠뻑 빠지게 됐어요. 그리고 제 일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죠."
김영주 씨는 이렇게 플로리스트라는 말조차 생소한 시절 꽃 공부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꽃 문화가 발전한 국가로 직접 가 플로리스트 과정을 공부했다.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 장기 유학이 어려웠지만 여건이 허락될 때마다 플라워 샵, 웨딩, 호텔 이벤트 등 주제를 정해놓고 과정을 나눠가면서 학업을 이어갔다.
그녀는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르네상스호텔과 서울JW메리어트호텔 등서 수석 플로리스트 자리를 꿰찼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국빈들이 참석하는 굵직한 행사의 꽃 의전을 담당하는 총책임자의 역할까지 맡게 됐다. 그녀는 과거 APEC·세계물포럼 개막식부터 유엔총회 행사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국내외 일들을 도맡았다.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행사들을 치르면서 꽃으로도 민간 외교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꽃 의전이라는 것은 각 나라의 정서뿐 아니라 정상들의 취향 등 모든 것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반영된 꽃을 본 대통령들은 감동을 받지 않을 수가 없죠. 회의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요."
김 씨는 이렇듯 꽃이 주는 부가가치를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론 한국에서 꽃이 뇌물로 치부되는 상황을 아쉬워했다. 또 이로 인해 화훼농가 등 꽃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꽃 문화가 발전한 서구에서는 기념일마다 꽃이 빠지지 않습니다. 꽃이 생활속에 깊이 자리잡은 셈이죠. 또 각국의 꽃 산업은 새로운 경쟁터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중국도 꽃 산업이 부흥하려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중국 인구를 고려하면 한국에서도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김영주 씨는 자신은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플로리스트의 길을 개척했지만, 이제는 이 직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비록 힘든 길을 걸어왔지만 꽃과 함께 해 온 일들에 대해선 좋은 기억만 가득합니다. 미래에는
[이윤재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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