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국제공항 전경 |
김포·제주·김해공항을 제외한 11개 만성적자 공항 가운데 처음으로 흑자공항이 탄생한 해다.
대구국제공항과 청주국제공항이 그 주인공. 올해는 작년 첫 흑자로 돌아선 공항들이 2연속 흑자를 달성해 지속가능성에 확신을 줄 것인지, 또 다른 흑자공항이 탄생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안타깝게도 올해 초부터 악재가 터졌다. 중국이 지난 3월 사드 보복 일환으로 한국 관광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중국 노선 의존도가 큰 지방공항에 최대 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역대 최고 악재 속에서도 나름 선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선 다변화 등 시의적절한 위기관리로 충격을 크게 완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공항공사(사장 성일환)가 운영하고 있는 14개 공항의 여객 운송실적은 3977만2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70만8562명 보다 5.5% 증가했다. 화물도 40만1197t을 처리해 작년 대비 0.6%가 증가했다. 여객의 경우 양양·무안공항을 제외한 12개 공항에서 작년 보다 많은 승객을 실어날았다.
특히 대구공항은 163만7078명을 처리해 110만3621명을 처리했던 지난해 보다 무려 48.3%가 성장했다. 인천·제주·김포·김해공항에 이어 5번째로 높은 여객수송실적이다.
악재 속 대구공항 성장은 2연속 흑자 달성에 파란불을 켜며 지속가능성을 확인한데다, 지방공항 성장을 좌지우지했던 '중국'이란 변수를 어떻게 뛰어 넘을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있어 의미가 크다.
◆ 국내선 18.3%, 국제선 149% 성장…저비용항공사가 구원투수로
올해 상반기 대구공항 이용한 163만7078명 가운데 100만5631명이 국내선을 이용했다. 작년 85만237명보다 18.3%가 증가했다. 국제선 여객은 63만1447명으로 작년(25만3384명) 대비 무려 149.2%나 증가했다. 국제선 여객 증가율은 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 가운데 최고다. 무엇보다 올해 목표로 세웠던 300만명 돌파를 54%나 달성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실적이다. 대구공항도 중국정부의 한국관광 중단 조치로 중국노선 여객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16만5197명이 이용하던 여객은 6만5933명으로 60%나 급감했다. 그러나 중국외 노선 여객이 급증하며 '중국 리스크'를 넘어섰다. 지난해 5만6062명에 불과했던 일본 노선 승객이 38만6232명으로 늘어나 588.9% 성장했다. 동남아 여객도 3만2125명에서 17만9282명으로 458%나 성장했다. 공사와 항공사·지자체·여행업계 등이 위기속에서 협업해 지난 5월 일본 나리타·오사카 노선을 증편하는 등 노선 다변화와 효율적 마케팅을 구사한 점이 공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은 인구가 520만 명으로 잠재항공수요가 큰 편이지만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2003년만해도 대구공항을 이용하던 223만명 가운데 김포·제주노선 여객이 90%를 차지해 국제공항 타이틀이 무색했다. 당시 국제선 여객은 고작 5.5% 수준이었다. 2004년 4월엔 KTX가 개통하면서 김포-대구 여객이 급감하며 타격을 입었고, 2009년 금융위기땐 여객이 102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위기의 순간, 저비용항공사(LCC)가 잇따라 대구공항에 관심을 보이면서 성장그래프가 만들어졌다. 대구공항은 2014년 3월 티웨이항공이 대구~제주노선을 취항하며 LCC 시대를 열었다. 이듬해 5월, 에어부산이 취항하면서 2015년 여객 200만 명을 회복했다. 2015년엔 제주항공이 중국 베이징 노선, 티웨이가 일본 오사카·괌 노선, 대한항공이 심양노선을 잇따라 개설했다.
이후에도 대만 타이페이(티웨이), 일본 나리타(티웨이·에어부산), 후쿠오카(티웨이·에어부산), 샷포로(에어부산) 노선을 연결하며 대구공항은 단박에 LCC 각축장이 됐다.
LCC가 국제선 하늘길을 넓히며 2013년 이전 국제여객 비중이 13~15%에 머무르던 대구공항은 올해 상반기 38.6%로 확대돼 국제공항 위상을 되찾고 있다. 대구공항은 현재 6개국 14개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 한국공항공사·지자체·항공사·관광업계 '협업'이 주효
주어진 조건이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공항을 급성장 시킨 것은 '절실함'과 '협업'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대구시는 국제선 취항과 증편을 유도하기 위해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 대구시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신규 노선 취항 LCC에 인센티브 26억 원을 지급했고, 올해 연말까지 15억 원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착륙료 등 공항시설사용료 7억 원을 감면한 한국공항공사는 올해 상반기에도 9억8000만 원을 감면했다.
전세기 항공편에 대한 인센티브도 적지 않다. 한국공항공사와 대구시는 지난달부터 여행사들과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세기 항공편에 인센티브를 주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대구에서 숙박과 관광을 즐기는 경우 전세기 1편당 최대 750만 원의 지원금과 1인당 숙박료 3만 원을 연말까지 지원한다.
이와함께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관광업계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동남아 관광시장 개척단을 이끌고 현지로 날아가 대구~다낭노선 취항(4월 2일) 등을 이끌어 중국 사드 보복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봤다. 그 사이 대구 동성로, 동대구역 등 번화가 10곳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대구공항 홍보 동영상이 노출되고,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 660여곳에는 대구공항 국제선 광고가 잇따라 게재돼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내국인 여객의 상당수가 대구공항을 이용했다. 주차빌딩 신축(723면), 주기장 추가 확보(지난해 1면 완공, 오는 9월 2면 완공) 등 시설
대구국제공항 관계자는 "탄탄한 지역내 항공수요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사와 지자체, 항공사, 지역 관광업계 등이 한뜻으로 협업했고, 그 결과 LCC 취항이 늘어났다"면서 "동남아 등 노선다변화에 성공하면서 중국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 추세라면 올해 목표인 여객 300만 명 돌파도 확실시 된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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