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뇌물공여 혐의 재판 증인 소환에 또다시 불응해 신문이 무산됐다. 이날까지 법원의 소환에 모두 다섯 차례 불응한 것이어서 "본인 혐의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부터 "사실상 재판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본인이 건강상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고 강력하게 의사를 표현해 구인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특검팀에서 뇌물 수사 및 공소유지를 지휘하는 양재식 특검보(52·사법연수원 19기)가 직접 서울구치소로 출정하기도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날 박 전 대통령 소환을 강행하기 위해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특검과 삼성 측 모두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그의 이날 불출석은 이 부회장 재판에서만 세 번째다. 지난달 5일 첫 소환에 불응했고, 같은 달 19일에도 '건강상 이유'로 구인영장 집행을 거부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비선진료 묵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영선 전 대통령 경호관(38)의 재판에 두 차례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모두 불출석했다.
결국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1심 선고는 박 전 대통령의 법정 증언 없이 내려질 공산이 커졌다. 이 부회장의 구속 기한이 오는 27일로 임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증언하지 않겠다'는 뜻을 사실상 굳힌 상황에서 더 이상 그의 출석을 강제할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형사소송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는 증인은 500만원 이하 과태료 또는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지만, 형사재판부의 한 판사는 "이미 구속돼있는 박 전 대통령에겐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박 전 대통령의 '무대응' 전략에 대해 노희범 변호사(51·27기)는 "형사사건 피고인으로서 증언거부권은 행사할 수 있지만 우선 법원 소환 등 절차에는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에 나와 특검·재판부와 실랑이를 벌이거나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사실상 재판 절차를 포기하겠다는 것 아닌가"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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