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광주지방경찰청이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에서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표현한 데 대해 당시 광주경찰청장이 이철성 경찰청장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으며 이후 좌천성 인사까지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 청장은 "당시 질책은 근무 태도 때문이었으며 해당 표현과 전혀 상관없다"고 반박하면서 경찰 수뇌부 간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7일 강인철 전 광주지방경찰청장(현 경찰중앙학교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촛불집회를 앞두고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에 대해 이튿날 이철성 경찰청장이 전화상으로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깐 좋소?'라며 비아냥조로 자신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페이스북 게시물은 지난해 11월 18일 광주경찰청이 올린 것으로 주말 촛불집회 관련 교통통제를 안내하기 위함이었다. "광주 시민의 안전, 광주 경찰이 지켜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당시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 여러분께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 청장의 질책성 전화를 받은 뒤 강 전 청장은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강 전 청장은 "광주에서 '민주화의 성지'는 굉장히 일상화돼있는 표현"이라며 "당시 시민친화적으로 촛불집회를 관리하기 위해 표현한 문구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측은 강 전 청장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청은 "당시 강 전 광주청장에게 페이스북 게시글과 관련해 전화를 하거나 질책한 사실이 없다"며 "11월6일 촛불정국과 고(故) 백남기 농민의 노제를 앞둔 상황에서 이를 앞두고 네팔 에베레스트로 해외여행 휴가를 신청한 것에 대해 질책하기 위해 통화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 전 청장은 10여일 뒤인 11월28일 단행된 인사에서 경기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전보됐고, 이후 지난 1월 경찰중앙학교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최근에는 교비 편법 운용 의혹으로 5주간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강 전 청장은 "이 청장과 원수 사이도 아닌데 이같은 일들이 일어난 것은 당시 페이스북 사건의 영향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치안정감 인사에서 자신이 누락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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