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징용 노동자상. [사진제공 = 김서경 작가] |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작가로 유명한 김서경(53)·김운성(52) 부부가 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일본 교토(京都) 단바(丹波) 망간광산에 들어선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한 데 이어 이번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8일 매일경제와 만난 김씨 부부는 "소녀상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일제에 의해 산업현장 곳곳에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노동자들의 아픔은 그동안 국내에서조차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며 노동자상 제작에 나선 계기를 밝혔다. 김운성 씨는 "탄광에 끌려간 광부들은 바닷물과 메탄가스를 뒤집어 쓴 채 섭씨 40도가 넘는 지하 1000미터 탄광 속에서 석탄을 캤다"며 "젊은 나이에 키도 크고 덩치도 컸던 분들이 나중에는 갈비뼈와 광대만 앙상한 모습으로 진폐증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탄광을 모티브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징용노동자 상이 세워지는 용산역 광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가 조선인들을 강제로 징용하거나, 모집 또는 알선이라는 명목으로 속여 일본으로 데려가는 '전초기지'였다. 적게는 13세 아이들부터 여성들까지 가리지 않고 최소 100만 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이곳에 집결해 나가사키 군함도 등 일본 지역과 사할린, 쿠릴열도, 남양군도 등으로 동원됐다. 이들 중 대부분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영양실조와 질병, 지진과 원폭으로 사망했다.
영화 '군함도'가 한인들의 한이 서린 지옥의 종착역이라면 용산은 지옥행 열차의 출발역인 셈이다.
그가 6개월에 걸쳐 제작한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한눈에 봐도 한이 서려있다. 뼈만 앙상한 조선인 노동자는 한 손에는 곡괭이를 든 채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신 듯 다른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김서경 씨는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장소에 나오면 한동안 눈을 제대로 못 뜨는 것처럼 지하 1100m의 갱도에서 세상에 나와 밝은 빛같은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가 제작했던 소녀상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의 철거요구와 맞물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철거여부를 둘러싸고 국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대립하기도 했다.
↑ 소녀상에 이어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한 김운성(남), 김서경(여) 작가가 조형물이 설치될 용산역의 장소를 살펴보고있다. [이충우 기자] |
때 마침 김씨 부부를 만난 이날 오전 광주지법은 일제강점기 당시 군수공장에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피해 유가족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을 가혹한 노동에 종사하게 하면서도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으며 이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며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은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인권유린 역사를 숨긴 채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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