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관광지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현지 맛집도 찾습니다.
'가족 휴가에 지장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는 공관장의 '특명'이 있었거든요.
공관에서 파티가 열릴 때면 당연히 고기도 구워 대령해야 합니다.
요즘 한창 유명한 군 공관병 얘기냐고요?
아닙니다. 해외 공관에서 일하는 행정직원의 일입니다.
선임에게 항의도 해봤지만 '행정직원이면 당연히 할 일이다'는 답만 돌아오니 항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군대 갑질'에 이어 등장한 '해외공관 갑질'
거기다 이젠 '경찰 갑질'도 공개되고 있지요.
식사를 하면 이쑤시개 준비 담당자가 정해지고, 세면대 앞에서 휴지를 들고 대기하는 그 이름도 생소한 '화장실 휴지 예우', 그리고 이를 당연히 여기는 경찰 고위 간부.
경찰 특공대장이 해외여행이라도 떠나게 되면 대장의 개를 상전처럼 모셔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거, 계약서에 도장 찍을 때나 봤던 '갑을'이란 단어가 어느새 '갑질'로 변하더니, 요즘은 '슈퍼 갑'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군대·경찰·재외공관·기업·학교·프랜차이즈….
'과연 갑질이 없는 곳이 있긴 한 걸까' 싶을 정도지요.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반드시 엄격한 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갑질·막말 국회의원이 낙선되고,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기업은 망하는 게 당연하게끔 법이 강화된다면, 부당한 지시에는 '아니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군림하려는 자들을 법으로 막아주는 것.
그것이 국가가, 법이 존재하는 이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