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납품업체로부터 물건을 사들인 뒤 남은 재고를 반품하도록 체결한 계약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경남 거제시 디큐브백화점을 운영하는 대성산업이 의류 납품업체 A사에게 제기한 약정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성산업은 특정매입거래계약인 것처럼 체결하고도 직매입거래방식으로 의류를 납품받아 수익을 극대화 했고, 특정매입거래계약에서 가능한 재고품 반품을 위해 확약서를 작성하는 등 지나치게 유리한 거래를 주도했다"며 "이는 양측의 경제력 차이에서 연유하는 우월한 지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성산업은 부당한 이득을 얻고 A사에게는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률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를 강제하는 것은 사회적 타당성이 없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밝혔다.
특정매입거래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상품을 외상 매입해 판매한 후 재고품을 해당 납품업체에 다시 넘기는 방식이다. 반면 직매입거래는 유통업체가 재고부담을 안고 제품을 구입한 뒤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백화점은 2012년 9월 대금을 미리 지급하되 A사가 직접 백화점에 입점해 물품을 팔고 재고품은 반품할 수 있도록 했다. 백화점 측은 2014년 9월 8148만원 어치의 재고품이 발생하자 이를 반품한 후 미리 지급한 물품 대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사는 이 사건 계약이 특정매입 방식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직매입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상품을
앞서 1·2심은 "납품받은 제품을 PB상품으로 판매하기 위해 브랜드를 새겨 넣은 점 등을 근거로 특정매입거래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계약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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