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이 증언을 거부했다. 정 전 비서관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을 적극 비호하며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 72회 공판에 정 전 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1998년 박 전 대통령이 정계 입문할 당시부터 보좌해온 그는 법정에 들어서서 재판부보다 먼저 박 전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증인석에 선 그는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측 주신문에서 총14차례 검찰 조사 받으며 작성된 조서의 진정성립에 대해서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조서에 기재된 내용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변호인단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조서만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계속 표시하자 이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그 내용을 번복했다.
공판 말미에 발언권을 얻은 정 전 비서관은 5분 넘게 박 전 대통령의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박 전)대통령에 대해 너무나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며 "대통령은 가족도 없고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은 부정부패나 뇌물에 대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을 가졌다"고 말한 뒤 목이 메여 잠시 한숨을 쉰 뒤 "지근거리에서 모신 사람으로 죄송스럽고 회환이 많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61·구속기소)에게 여러 의견을 구한 것도 국정 수행을 잘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과 박 전 대통령이 공모를 했다는 점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대통령이 최 씨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을 전달하라는 지시는 없었고 (연설문 등) 의견을 한 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말씀만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주변 조언을 듣는 것은) 세계 어느 정상이나 다하는 통치
또 "대통령이 '이거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 고쳤으면 한다'고 말해서 확인해보면 거의 다 (대통령이) 옳았다. 그런 모습이 지도자로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박 전 대통령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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