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성 숭실대학교 총장은 오는 28일 숭실대 창학 120주년(실제 창학일은 10월10일)기념식을 앞두고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통일선도대학'으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통일 대한민국의 중심 대학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꿈을 밝혔다.
황 총장은 인터뷰 내내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형형해졌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통일에 대한 기여를 절대자가 그에게 부여한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독일 유학(베를린 자유대학 경제학과) 시절 통독의 역사적 현장을 생생히 목도하기도 했다. 황 총장은 "(통일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내수 중심으로 체질변화시키며, 북한의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우리의 기술력과 결합시키는 한편, 거대한 SOC(사회간접자본) 개발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한국 경제와 우리 민족이 재도약할 모멘텀이이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취임 7개월째를 맞고, 창학 120주년을 앞두고 있다
▷▲학생·교직원·동문이 자긍심·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학 ▲미래세대 통일교육 선도 대학 ▲예비입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사랑받는 대학 ▲4차산업혁명에 선도적 대비하는 대학을 숭실대의 새 비전으로 선포하고 실천해나가고 있다.
-많은 대학 중 왜 숭실대가 통일을 이끌 대학인가?
▷숭실대는 통일부가 선정한 통일교육 선도대학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유일의 이산(離散)대학이란 점에서 상징성이 강하다. 1897년 미국인 선교사 윌리엄 M.베어드가 평양에 설립한 숭실학당(이후 1906년 국내 최초의 4년제 대학으로 발전)이 모태다. 평양 서문동(옛 신양리)의 러시아 대사관 내에는 숭실전문학교의 졸업생 식수 기념석이 보존돼 있는데 최근 공개됐다.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 1938년 자진폐교한 뒤 54년 서울에서 지금의 숭실대학교가 재건됐다. 누구보다 당당히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평양에 아직 학교터가 남아있다니 놀랍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이 숭실 출신이다. 북한에선 '백두혈통'이 다닌 학교로 알려져 있어 김일성종합대학과도 과거 교류가 있었다. 물론 통일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언젠가 평양의 숭실학당 캠퍼스를 복원해 통일 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이를 위해 평양숭실 재건 위원회를 만들어 마스터플랜(재건기금 조성, 토지소유권 입증 근거 확보 등)을 세워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떻게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실질이 더 중요하다. 통일 시대를 선도할 창의 리더 육성에 앞장선다.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반도평화와통일' 과목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모두가 이를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3박4일간 합숙캠프인 '통일리더십스쿨'을 운영해 학생들이 통일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론적 통일수업이 아니라 각자의 전공을 살려 어떻게 통일에 기여하고 통일 이후 어떤 역할을 할지 실질적 고민과 준비를 하게끔 돕는다. 최근엔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창의융합교육·창업교육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통일 이후 '북한에서 창업해 통일한국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하고 있다. 국내 모든 대학의 통일·북한 관련 수업 중에서도 가장 실질적이고 실용적이라고 자부한다.
교내에 설치된 평화통일연구원에선 학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에선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이상으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대학원 협동과정으로 기독교 통일 지도자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며 미래 통일 세대 지도자 육성도 하고 있다. 앞으론 통일을 준비하는 여러 기관, 단체와 함께 거국적 통일 시민교육을 펼치고 싶다.
김일성종합대학, 중국 연변대 등과 교류를 해왔고 일제시대 이후 중단됐던 경평축구대회를 부활시켜보려 노력도 하고 있다.
-최근 상황에선 통일은 커녕 전쟁 걱정을 해야할 때 아닌가
▷북한에 대한 압박, 한·미 및 국제사회 공조 강화, 만반의 군사적 대비 등에는 어김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통일에 대비한 준비 역시 일관되고 철저하게 해나가야 한다. 지금의 난관을 슬기롭게 넘긴다면 의외의 시점·지점에서 교류나 통일의 물꼬가 터질 가능성도 있다. 사견이지만, 준비된 통일보단 급작스러운 통일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평화적 통일을 대원칙으로 정권과 이념을 넘어선 로드맵을 짜야 한다. 다양한 통일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이에 대비한 치밀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숭실대는 정부와 협력하며 이같은 준비를 계속해오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 대학교육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인간의 본질이 뭔지, 인공지능과 인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해야할 화두가 던져졌다. 대학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전문인 양성을 위한 지식습득교육에서 융복합적 창의적 인재 육성으로 변화해야 한다.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워내려 한다.
거꾸로 수업(지식습득은 온라인에서 하되, 대학에선 문제해결 능력을 함양하며 토론하고 창의성을 꿈꾸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DIY 자기설계 융합전공을 도입해 문·이과를 가리지 않고 스스로 융합전공을 설계하도록 하고 있다. 7+1 제도를 도입해 마지막 한 학기는 해외에 나가거나 도전하고 창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숭실대는 국내 최초로 벤처·중소기업학과와 IT대학을 설립한 바 있다. 일찌감치 학생들의 미래는 창업에 있음을 내다본 것이다.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돼 학생창업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행복경제학'을 주창한다고 하는데
▷가치중립적이고 최소비용과 최대효과, 효율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제학만 공부했는데 독일에 가보니 철학이 바탕이 된 가치판단적 경제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경제학은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경제주체들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학문이 돼야 한다고 본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이기심'도 사회적 성원들의 인정을 받은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경제학에서도 윤리와 철학이 중요하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 같은데
▷현 정부 정책과 국정철학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다만 경제정책만 놓고 본다면 안타깝기도 하다. 모든 것을 세금과 국가재정으로 해결하려 해선 안된다. 고용창출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돼야 한다. 법인세 인상만 해도, 저
[이호승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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