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 차원 책임인정 추진
경찰이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국가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경찰청은 백씨 유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국가 청구인낙'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청구인낙은 원고 측 청구를 모두 인정하며 승낙한다는 의사를 피고 측이 재판부에 밝히는 법적 행위를 뜻합니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뒤 이듬해 9월 25일 숨졌습니다.
백씨 유족은 지난해 3월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신 총경, 한모 경장, 최모 경장 등을 상대로 총 2억4천여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살수차 요원으로 이번 소송 피고인 한·최 경장은 지난달 재판부에 제출한 청구인낙서에서 백씨 유족이 청구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유족에게 사죄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이 청구인낙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소속 기관인 경찰청이 시기 등을 이유로 제출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경찰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청이 살수차 요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고, 진행 과정에서 청구인낙을 제지한 것처럼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며 "백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후속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민사소송에서 국가를 법적으로 대표하는 피고인 법무부와 국가 청구인낙 추진을 협의할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 상대 소송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이번 사안에 실제 관련된 국가기관은 경찰청이므로 법무부와 적극 협의해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청장이 백씨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는 시도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경찰은 이철성 청장이 유족에게 대면 사과할 기회를 만들어 유족 측 요구를 적극 수렴하고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 청장은 지난 6월 경찰개혁위 출범식에서 백 농민 사망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나 아직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지는 못했습니다.
경찰은 아울러 백씨 사망사건 진상조사를 수행할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와 민·형사재판에 적극 협조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에 따라 관련자 징계 등 후속조치를 엄정히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향후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시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한 조치 절차를 매뉴얼로 만들어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조치 매뉴얼은 ▲ 공개 사과와 객관적·중립적 조사위원회 구성 ▲ 피해자 의료·법률·피해 회복 지원 ▲ 행위자 직무배제 및 지휘관 징계·수사 ▲ 국가 책임 인정 등 피해자(유족) 배상 ▲ 백서 발간을 통한 재발방지 등 내용을 담았습니다.
아울러 외국 사례와 연구용역을 거쳐 국내 치안여건에 맞는 물리력 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경찰 본분과 자세, 경찰권 행사 원칙과 가치 등을 담은 '경찰 법집행 강령'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집회·시위 등 공권력 발동 현장에는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 관계자들로 구성된 인권침해 현장감시단을 두고, 무전망이나 폐쇄회로(CC)TV 등 진상조사 증거자료 폐기 금지·보전 규정도 마련합니다.
경찰개혁위는 전날 경찰청이 이 같은 내용으로 보고한
경찰개혁위는 "청구인낙 논란은 경찰청이 청장 사과 이후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절제된 공권력 행사 필요성과 경찰개혁의 의미·방향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