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또 정책이 바뀌고 혼란스러울까봐 걱정돼요. 하지만 비슷한 아이들과 공부할 수 있고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라고 하니까 보내려고 합니다(서울 동대문구 중3 학부모 최모씨) "
"일반고에 보내는 것도 모험 같아요. 내신이 걱정돼서 외고 진학을 포기하고 일반고 진학을 결심하긴 했는데 막상 일반고에 가서 내신이 잘 안 나오면 어쩌나 불안합니다(경기 의정부 중3 학부모 정모씨)"
존폐 논란에 휩싸인 자사고와 외고 입시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학교 2·3학년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여전히 고교 입시를 놓고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현재 면접전형이 진행 중이며 서울지역(광역단위) 자사고 22곳은 다음달 입시를 앞두고 있다. 외고의 경우 강원 등 지방 외고는 원서접수를 마쳤고 서울지역 외고와 국제고는 11월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교 입시 시즌에 들어선 지금도 학부모와 학생들은 자사고·외고 진학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입시컨설팅 전문가 A씨는 "최근 자사고·외고와 일반고 사이에서 갈등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문의가 예년보다 더 늘고 있다"며 "자사고·외고는 학업 분위기가 좋지만 내신 따기가 힘들다는 인식이 강해 일반고로 가야하나 문의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외고와 자사고 우선 선발권이 폐지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상담하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입시업체들은 통상 내신 성적 관리에 중점을 둔다면 일반고가, 교육의 질이나 교내 활동이 뛰어난 학교를 원하면 자사고와 특목고가 낫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일반론에 불과하다. A씨는 "학생들의 성향에 맞게 진학 방향을 권유하는데 오로지 내신 하나만 보고 일반고에 진학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좋아하는 인재상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부분은 자사고·외고가 뛰어나다"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내신만 믿고 일반고에 진학하면 활동이 부족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서울대는 수시 일반전형에서 유명 자사고 출신 학생들을 50명 넘게 뽑았다. 이 학교의 한해 정원이 20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내신 4등급도 서울대 입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학원들 사이에서도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자사고·외고 진학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내신 대비에 강점이 있는 단과 학원들은 자사고·외고에 가느니 일반고에 진학해 학원을 다니면서 내신 관리를 하는 편이 대학 가는데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종로학원하늘교육 측은 "자사고·외고가 내신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고보다 내신 2~3등급이 낮아도 다른 활동 등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일반고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가 어렵다는 점인데 서울대, 고려대 등은 여전히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보는데다 정시 비중이 수시이월 등으로 4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수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사고·외고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경우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거나 전학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자사고에 보내는 이유는 학업 분위기와 교육의 질 때문인데 자사고가 도중에 폐지되면 아무래도 학교 분위기가 흐려지고 수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사고와 일반고가 혼재되면 강남·목동 등 학업 분위기 좋은 학교로 전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자사고·외고 폐지로 정해진 이상 학교가 도중에 폐지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남아있는 것이다.
특히 수능 등 입시제도의 대대적 변화와 자사고·외고 우선 선발권 배제라는 양대 변수를 맞이한 중2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내년 고입 준비조차 어떻게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교육부는 수능 개편 논의를 1년 유예해 지금 중2가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적용하기로 했고, 내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선발시기를 일반고와 통일시켜 학생 우선선발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혼란에 빠진 중2 학부모들 사이에선 '2002년에 낳아서 미안'하다고 한탄한 중3 학부모에 이어 '2003년에 낳아서 미안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입·대입 전략 설명회도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교 입시업체 관계자는 "중2는 변수가 많아 당장 자사고나 외고를 가겠다고 결정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지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민이 교육정책을 신뢰하고, 안심하고, 예측 가능할 때 정부가 의도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큰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파편적으로 접근하면 그 정책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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