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들이 집을 비운 사이에 4층짜리 빌라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부산의 한 재개발 지역에서 벌어진 일인데, 주민들은 옷 한 벌 건지지 못하고 맨몸으로 거리에 나앉아야 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박상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재개발 예정지역에 속한 부산의 한 빌라.
건축물 잔해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아파트를 지으려고 사업 부지에 있는 빌라를 철거한 겁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 인터뷰(☎) : 피해 입주민
- "(퇴근하고 오니까) 황당했죠. 하나도 없으니까 나는 우리 집이 아닌 줄 알았어요."
총 6가구 중 4가구가 이주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입주민들이 집을 비운 사이 공사업체가 건물을 무단 철거한 겁니다.
▶ 스탠딩 : 박상호 / 기자
- "철거 현장에는 이런 가전제품과 옷가지들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당시 입주민들은 옷 한 벌 가져나오지 못 하고 맨몸으로 거리에 나앉아야 했습니다."
한겨울에 모텔을 전전하고, 친인척 집에 얹혀살며 지옥 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 인터뷰 : 피해 입주민
- "애들이 부모 옆에서 주저앉아서 울 때 그걸 안 본 사람은요.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공사업체는 사람이 사는 줄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 인터뷰 : 김회성 / 부산 남부경찰서 지능팀장
- "심지어 학생이 등교하는 시간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고의적으로 철거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건물 매매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자 강제로 건물을 부순 것으로 보고 시행사 직원과 현장소장을 특수손괴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 hachi@mbn.co.kr ]
영상취재 : 권용국 VJ
영상편집 : 박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