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은 뚝 떨어지고 칼바람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언제 집에 돌아가노. 망치로 맞은 것처럼 온 몸이 쑤셔 제대로 걷지도 못하겄네."
1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나 이모 할머니는 벌써 닷새째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긴 한숨만 내쉬었다.
이 할머니는 대피소에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 800여 명과 함께 인근 초등학교 2곳으로 대피소를 이동하는 중이었다.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4도를 기록한 이날 추위에 잔뜩 몸을 웅크린 이재민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체육관 밖을 나온 이재민들은 저마다 옷가지와 모포 생수 세면도구 등이 든 가방을 들고 체육관 앞에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탔다. 이재민들이 체육관 안을 모두 빠져나오자 포항시는 이재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체육관 안에 텐트와 천막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이틀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민들은 공사가 끝나면 다시 이곳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이재민 박모(70)씨는 "대피소 바닥이 너무 차가워 잠도 제대로 못자겠다"며 "하루라도 빨리 피난 생활을 끝내고 싶다"고 전했다.
포항 지진 이후 대피소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이재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영하의 추운 날씨와 수백 여명에 달하는 많은 이재민들이 한 곳에 수용되면서 대피소 생활의 불편함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흥해읍 일대에는 실내체육관만한 공간이 없어 마땅한 임시 거처 공간도 부족한 상태다. 이재민 상당수가 현재 건물 붕괴 위험으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임시 거처가 생기기 전까지는 상당수가 이같은 대피소 생활을 계속해야 될 처지다.
새우잠을 자거나 뜬 눈으로 밤을 보내는 이재민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추위보다도 여진에 대한 공포다. 지난 18일 하루 잠잠했던 여진이 19일 새벽부터 4차례나 이어지면서 이재민들은 또 다시 공포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0분쯤 포항시 북구 북북서쪽 6km 지역에서 규모 2.2의 여진이 발생한 데 이어 오전 5시7분쯤 규모 2.1, 오전 3시33분과 1시8분쯤에도 각각 2.4와 2.0의 여진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본진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여진은 56차례에 이른다.
잠잠했던 여진이 새벽 사이 잇따라 발생하자 이재민들은 새우잠을 자거나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이재민 최모(50·여)씨는 "잠깐 누워서 자다가 오전 3시쯤 여진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며 "이제는 여진만 느껴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항 지진 피해도 갈수록 늘고 있다.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기준 공공시설과 사유 시설 피해액은 522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공공시설 피해는 학교 건물 107곳 등 296건으로 피해액은 464억여 원에 달했다. 또 사유시설은 주택 2556채 등 2762곳이 전파나 반파돼 57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 가운데 흥해읍 대성아파트와 원룸 2곳은 완전 철거가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부상자는 82명으로 전날보다 2명 늘어났다. 이 중 15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고 나머지 67명은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이재민 수도 1318명으로 전날 1155명보다 조금 늘었다.
건축물 점검을 요청하는 주민 민원도 포항시에 쇄도해 현재까지 접수된 안전점검 요청만 400여건에 이른다. 포항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에 피해가 크고 범위도 넓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지금은 인력 부족으로 응급 복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포항 지진 이재민에게 160가구의 LH임대주택을 지난 17일 제공키로 한데 이어 임대료를 절반 수준으로 감면해 금전적 부담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차관은 이날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절반의 임대료도 경북도청과 포항시에서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포항 지진 이재민에게 제공키로 한 LH 임대주택은 국민임대 아파트로, 평균 보증금은 2000만원이며 월 임대료는 20만원 수준이다. 당초 임대기간은 일단 6개월로 정해졌으나, 장기간 거주해야 하는 이재민에 대해서는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아울러 국토부는 추가적으로 더 많은 임시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LH가 보유한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활용하고 입주자 선정 중인 임대주택도 잔여 물량이 생기면 이재민에게 공급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 중앙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피해시설 응급 복
[이지용 기자 / 포항 = 우성덕 기자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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