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이모(59)씨는 지난달 24일 10만원짜리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이씨가 사는 아파트 1층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1시간가량 자가용을 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는 "주차할 곳이 없었던 데다 무거운 짐도 내릴 게 있어 잠깐 차를 세웠는데 신고당했다"면서 "아파트 앞 지상 주차장 절반이 장애인 주차구역인데 너무 많은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씨는 이튿날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장애인 주차구역을 줄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량을 세웠다가 적발된 운전자들의 변명은 각양각색입니다. 잠깐 차를 세웠을 뿐이라거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인지 몰랐다는 주장도 합니다.
그러나 비장애인 차량을 장애인 주차구역에 잠시라도 댔다가는 이유를 막론하고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부설주차장에 주차 대수의 2∼4%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청주시의 관련 조례는 아파트 주차 공간의 4%를 장애인 주차구역으로 정하도록 규정하는 등 법이 정한 가장 강한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청주를 포함한 충북 지역의 장애인 자동차는 1만8천여대로 전체 승용차의 3.3% 수준인데, 이보다 조금 높게 잡은 비율입니다.
이 조례에 따라 1천800여 가구가 입주한 청주 서원구 한 아파트 단지에는 70여대의 장애인 주차구역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주차 공간은 한정됐고 차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댔다가 과태료를 부과받는 비장애 운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청주의 경우 지난해 과태료 부과 건수는 무려 7천988건에 달합니다.
그러다 보니 과태료를 부과받은 비장애 운전자들의 볼멘소리도 덩달아 커집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차 댈 곳이 없어서 장애인 구역에 주차했다가 단속되는 비장애인 운전자가 많다"면서 "장애인 전용 구역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주민도 간혹 있다"고 전했습니다.
청원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34)씨는 "밤이면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이중 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주민 의견을 반영해 장애인 주차구역 규모나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 배려책의 하나인 장애인 주차구역에 지자체가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서원구에 사는 한 장애인은 "인파가 붐비는 주말에 대형마트에 가면 장애인 주차 공간마저 부족하다"며 "현행 조례에 따라 4%로 지정된 장애인 주차구역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장애인 주차구역을 시간대별로 탄력 운영한다면 자칫 장애인들이 주차하지 못한 채 애를 먹게 될 수 있다"며 "탄력 운영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강금조 청주시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비어 있는 시간이 많더라도 장애인 방문객이나 주민이 언제 이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주차 공간이 늘 확보돼 있어야 한다"면서 "몸이 불편한 이웃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13일부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점검을 벌이고 있습니
청주시 관계자는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주차구역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지만 장애인 차량 비율을 감안해 주차구역 비율을 정한 것"이라며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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