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낚싯배 충돌 사고와 관련해 조금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사회부 이정호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일단 오늘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많습니다. 이유가 뭐였나요?
【 기자 】
일단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 바다의 수온이 매우 낮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제가 오늘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영흥도 주변의 수온은 섭씨 8도에서 10도 정도였는데요, 우리 몸이 찬물로 인식하는 온도가 섭씨 18도 내외라는 점을 보면 차가운 물인 건 맞습니다.
구명 조끼를 입고 가슴 아래로 이런 찬 물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었다면 체온 저하 속도가 대단히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찬 물 때문에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일단 경비정이 도착한 것이 사고 뒤 30분이 조금넘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체온 저하의 정도가 크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저체온증으로 사람이 사망에 이르려면 내부 장기의 온도가 20도대로 내려가야 하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체온이 내려가려면 서해 바다가 아니라 유럽의 북해 같은 훨씬 차가운 바다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 질문 】
그렇다면 다수의 사망자가 난 원인이 무엇이었을까요?
【 기자 】
급유선과 충돌할 당시의 충격이 승객들에게 신체적 피해를 입힌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현재 구조된 승객들도 충돌 당시의 충격이 엄청났다는 얘기를 합니다.
충돌 뒤 몸이 내팽개쳐질 정도였다는 것인데요, 이 정도라면 차량 대 보행자 충돌 사고에 버금가는 충격을 승선 인원들이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외상이 없는 생존자들도 몸통과 목에 느껴지는 고통을 병원에서 호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망자 13명 가운데 11명이 선내에 있었다는 것도 그런 추측을 뒷받침합니다.
선체에 강한 충격을 받은 뒤 선내에 있던 승객 상당수가 기절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고 선내에 밀려드는 물에 익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 질문 】
그런데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한 뒤 아예 전복이 돼 버렸어요. 얼마나 세게 부딪쳤기에 이렇게 된 걸까요?
【 기자 】
일단 생존자들은 낚싯배의 왼쪽 후미를 급유선이 들이 받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덩치로 봤을 때 낚싯배는 급유선에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작은 배였습니다.
게다가 낚싯배가 왼쪽 후미, 그러니까 대체로 측면에 충격을 받은 것도 전복된 이유로 보입니다.
배는 호박이나 오이처럼 기다란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이 측면을 때린다면 크게 기우뚱할 수밖에 없고, 그 충격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면 배가 옆으로 뒤집힐 수밖에 없습니다.
급유선의 배수량이 330톤이 넘는 반면에 낚싯배는 10톤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낚싯배 입장에선 33배나 큰 배에게 밀쳐진 것이고, 전복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 질문 】
혹시 날씨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될 수는 없나요?
【 기자 】
사고가 났던 오전 6시 9분은 해가 뜨기 전이었습니다.
오늘은 일출 시각이 오전 7시 30분쯤이었으니 아마도 매우 어두웠을 겁니다.
기상청에서 사고 당시 시점에 대해서 얘기한 시정거리는 4킬로미터였습니다.
시정거리란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를 말하는데 4킬로미터가 썩 긴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방 물체가 코앞까지 올 때까지 식별하기 어려운 조건도 아닙니다.
일정한 수준의 불빛만 있으면 얼마든지 눈으로 확인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는 거죠.
사고 조사 과정에서 밝혀져야겠지만 각 선박들이 전방 주시 등을 철저히 했는지에 대한 부분도 밝혀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질문 】
지금 바다가 사리, 다시 말해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때라고 하던데 그것과는 관계가 없습니까?
【 기자 】
가능성은 있습니다.
사리 때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지고, 특히 조류의 이동이 거칠어지기 때문이죠.
사리는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 상에 들어섰을 때 나타나는데, 특히 내일은 달이 지구에 아주 가깝게 접근한다는 '슈퍼문'이기까지 합니다.
달이 지구의 바닷물을 더욱 강하게 당긴다는 뜻이죠.
사고 당시 바다가 아주 험난한 상황은 아니었어도 배수량 10톤도 안 되는 낚싯배에게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닌 조류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 질문 】
그런데 낚싯배 충돌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죠? 또 어떤 사고가 있었나요?
【 기자 】
네, 지난 2015년 9월에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낚싯배였던 돌고래호가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승선한 18명 가운데 1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었죠.
이번에 사고가 난 낚싯배인 선창1호의 경우 아직까진 출항과 관련한 절차에서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많은 낚싯배들이 불법을 저지르면서 운항을 하고 있습니다.
해수부의 지난해 단속 내용을 보면 금지구역 운항 57건, 출입항 미신고 49건, 정원초과 40건 등의 불법이 저질러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이번 사고에서 해경 특수구조대가 도착한 시각이 7시 17분이라는 겁니다.
잠수가 가능해 수중 수색이 가능했던 인원들인데, 사고 이후 시간이 훌쩍 넘어 도착했던 거죠.
출동 준비 태세가 정상적이었던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클로징 】
요즘 등산만큼 낚시 좋아하는 분들 많으시죠.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요소가 많은 레저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2명도 무사히 생환하길 바랍니다.
뉴스추적 마치겠습니다.
이정호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