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 생전 우울증으로 힘들어해
샤이니 팬들 "종현에게 여혐 프레임 씌워 괴롭혔다"
연예인들 많이 앓는 우울증…"한국 연예계의 환경 문제"
지난 18일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는 생전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고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가 ‘스트레스’라는 조사결과가 있을 만큼 스트레스와 우울은 누구나 경험할 만큼 흔하고 당연한 것이며 우울감 자체는 정상반응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울한 감정이 나, 주변, 미래를 보는 모든 생각을 지배하게 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에 지속적으로 빠져든다면 정상적 우울감과 구분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우울증’이라 부릅니다.
우울증은 지속적인 우울한 기분, 의욕과 흥미의 저하, 불면증 등의 수면 장애와 식욕의 저하, 무가치감과 부정적 사고, 지나친 죄책감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과 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감기에 걸리듯, 암에 걸리듯, 우울증도 ‘걸리는’ 뇌질환입니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05년부터 10년 간 우울감을 경험한 사람이 전체의 10~1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 1년 간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61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보건복지부 심리부검센터의 자살사망자에 대한 심리부검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발견된 90% 중 대다수가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의 60~70%는 자살을 생각하고 10~15%는 자살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은 모든 문제를 내 탓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우울이라는 못난 감정을 가지는 것이 자신의 탓이라 여겨 자신에게 화살을 돌립니다. 실제로 종현의 유서 내용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종현이 생전에 음악에 대한 열정이 컸고 이로 인한 부담감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이라 여기는 것은 우울증의 증상이기도 하지만,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을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시선은 우울이라는 감정을 더욱 외면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암에 걸린 사람처럼,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똑같이 아픈 사람이므로 결코 나쁜 사람으로 여겨져선 안 됩니다. 아픈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여겨 비난하는 행동의 최악의 결과는 12년간 OECD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로 나타납니다.
한편, 종현의 우울증과 이에 따른 극단적 선택으로 과거 종현에게 여혐 프레임을 씌운 글들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샤이니 종현이 지난 2015년 자신이 진행하는 <푸른 밤 종현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여성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종현은 일부 네티즌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직접 해명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방송 진행 중 "여성은 축복받은 존재고, 모든 예술가에에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여성은 사랑받는 존재"라고 발언했습니다. 이 발언은 뜻하지 않게 일부 네티즌에게 여성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비춰져 일부 네티즌이 "샤이니 종현이 여성을 대상화한다"며 "종현은 여혐"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종현은 "작은일에 크게 반응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살고있다"며 "그리고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틀린 나의 생각을 고쳐나가는게 배우는 삶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이글을 올리는 이유는 어머니와 누나를 가족으로 둔 한 남자로써, 제가 여성혐오자라던지 여성비하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런 이야기가 돌고있다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입을 닫고있는다면 어떤분들은 제가 여성혐오자라던지 여성비하발언을 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런 사람으로 굳어질수도 있는데, 그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 큰 일이고,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 될것입니다"고 전했습니다.
종현은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사과도 잊지 않았습니다. 종현은 "혹시나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면 어느 부분이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서 이렇게 소통합니다"고 했습니다.
종현은 이후에도 여혐과 관련한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샤이니 팬들은 특정 커뮤니티에서 종현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가 이어졌다며 이런 행동들이 종현의 우울증을 악화시킨 건 아닌지 분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종현의 사망 소식을 접한 모 커뮤니티에서는 입에 담기 힘든 말들과 고인을 욕보이는 글들을 올려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연예인의 우울증과 이로 인한 자살은 오래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연예인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들은 베르테르 효과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수 겸 배우 장나라의 아버지인 배우 주호성 씨가 2007년 연예인 우울증에 관해 쓴 장문의 글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니다.
주호성은 2007년 2월 22일 장나라 공식 홈페이지에 '한류와 한국 연예계의 우울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 연예계 투자와 관리에 조직폭력이 관여됐다는 보도를 듣고 그곳에서 울고 있을 연예인에 대한 고통이나 억울함에는 관심도 없고 보호도 하지 않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순간 모든 꿈과 소망을 접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 시대 자살을 선택한 어린 연예인들이 그런 억울함은 없었는지 사회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언젠가 딸(장나라)에게 술집에서 노래를 불러달라는 거센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며 "견디다 못해 며칠의 고민 끝에 대한민국 경찰청장실에 문의를 했지만 '불안한 일이 있는데 비밀리에 조사와 보호를 해줄 수 있냐'는 말에 '비밀리에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털어놨습니다. "사건을 접수해야 한다는데 이렇게 하는 순간 사건은 노출되는 게 불보듯 뻔하다"며 "연예인도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정당한 비밀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당한 비판이 아닌 욕설과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인터넷 상의 피해에 대해 정부부처는 방관해 왔다"며 "그것들이 오늘날 연예계 어린 주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연예인들이 범죄를 신고할 곳도 없고 욕설에 시달려야 하며 불순 세력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환경이 자살과 관계가 있다고 하면 너무 심한 비약이냐"며 "연예인 우울증은 어린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의 우울증이다. 연예 전반에 걸친 보호 육성이 아쉽다"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중문화는 중요하다. 밖으로 진출하는 우리의 대중문화 '한류'를 위해서도 내강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주기 기대하고 나설만 하다"며 정부의 성의 있는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이후 악플에 대한 고소와 처벌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연예인들은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습니다. 연예인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그만한 대가도 감내해야한다는 인식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종현의 사망을 계기로 연예인 인권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번 대두되면서 소속사와 네티즌들은 물론 정부도 나서서 다
한편,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을 접하고 고통을 느껴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전화 1577-0199, 1588-9191(24시간 운영)], [복지부 희망의전화 129(24시간 운영)], [사이버 상담(http://www.hopeclick.or.kr/contents/sub0302.php)]을 이용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