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채굴기를 구입하면 큰 돈을 벌수 있다고 속여 2700억 원대 사기 사건을 벌인 가상화폐 국제 사기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가수 박정운씨는 가상화폐 채굴 기업이 설립한 홍보회사 대표이사로 활동했으나 다단계 사기 범죄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20일 인천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가상화폐 채굴기를 구입하면 큰 돈을 벌수 있다고 속여 2700억 원대 사기 사건을 벌인 가상화폐 국제 사기조직을 적발해 미국법인 A사 자금관리자 등 18명을 구속기소하고, 가수 박씨 등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A사 회장 박모씨(55·한국계미국인) 등 내외국인 7명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국내에서 도주한 최상위사업자 4명을 쫓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0월까지 A사 회원으로 가입해 가상화폐 채굴기를 구입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54개국 1만8000여명으로부터 2700여 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한국에 자금관리회사 3곳, 전산관리회사 3곳, 고객관리회사 2곳, 채굴기설치운영회사 2곳, 홍보담당회사 1곳 등 11개 계열사를 설립한 뒤 각자 맡은 임무에 따라 채굴기 판매에 나섰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A사 채굴기를 구입하면 한달에 2~3개 정도의 이더리움(가상화폐 이름)이 채굴돼 6개월내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면서 "채굴기 1대당 250만~500만원까지 받아 가로챘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낸 돈으로 8만대의 채굴기를 구입해 위탁·운영해야 하지만 10%인 8000대만 구입해 채굴기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채굴기 8000대에서 만들어진 이더리움 3만개도 A사 회장단이 가로챘다.
A사 회장 박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던 가수 박씨는 홍보담당회사 대표이사로 활동하며 동료 가수를 불러 공연하는 등 A사 그룹 홍보를 맡았다. 검찰은 박씨에게 사기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박씨가 "(A사가) 가상화폐를 판매하는 곳인지 알았지만 불법 다단계 인지 몰랐고 채굴기도 정상 설치돼 가동되는지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8회에 걸쳐 회사 자금 4억5000여 만 원을 생활비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횡령), A사 회장 박씨로 부터 100억 원을 받아 홍보회사를 설립한 뒤 납입 자금 80억
검찰 관계자는 "도피중인 주범들은 미국에서 현재까지도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 범행을 계속 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피해회복을 위한 보전조치가 가능하도록 범죄피해재산 보전절차 특혜 규정 신설 등 입법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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