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이대목동병원에서 생후 5개월 영아에게 투여된 수액에 벌레가 발견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재단(이화학당)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심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화학당측에선 '경영상 중대한 이유'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심의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보다 철저한 조사 및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은 이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건에 대해 세균 감염 경로와 의료진 과실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21일 매일경제신문사가 이화학당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지난 9월 이후 두 차례 열린 이사회서 '지난 9월 이대목동병원 수액 사태'를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20일에 열린 이사회에선 교원 임면 제청 승인 건, 안병영 이사(전 교육부장관) 연임 건, 현정은 이사(현대그룹 회장) 일반이사 선임 건, 이대서울병원 신축계획 변경 승인 건 등 6개 안건이 논의됐다. 또한 지난 11월 24일 열린 이사회에선 이화여대 사범대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 등록금 인상 건, 이화학당 정관 개정안 승인 건 등 5개 안건이 논의됐다. 총 11개 안건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대목동병원 9월 수액사고는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현재 이화학당 이사회는 장명수 이사장을 비롯해 총 13명(이사장 1명, 이사 10명, 감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우복희 이사(현 대한산부인과 명예이사장)는 이대목동병원 상위기관인 이화의료원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에서 9월 수액 사태가 터진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이사회 차원에서 보다 면밀하게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이화학당측은 "경영상 중대한 이유가 발생할 때만 안건에 올라온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 건을 추후에 안건으로 올릴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만일 이대목동병원 차원에서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엔 그럴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해 이대목동병원 회계보고서를 살펴보니, 의료수익은 당초 예상 대비 늘었으나 인건비 지출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 기준, 이대목동병원 의료수익은 2732억원으로 당초 예상 대비 약 64억원이 증가했다. 입원수익이 49억, 외래수익이 13억 늘어난 데에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인건비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1224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1억5000만원 가량 줄었다. 교직원 급여가 9600만원 줄고, 퇴직급여 역시 5373만원 줄었다. 아울러 고정자산인 의료장비 역시 당초 예산액은 17억9000만원 가량이었지만, 결산액은 14억5000만원으로 약 3억원이 줄었다. 인건비, 의료장비 투자는 예상보다 덜 이뤄
한편 경찰은 19일 이대목동병원 압수수색 자료 등을 토대로 균 감염 경로와 의료진 과실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진 과실, 수액 제조과정, 인큐베이터의 기계적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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