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마련한 연립주택이 알고 보니 사기 분양이어서 등기도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이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쫓겨날 처지에 놓였습니다.
장명훈 기자가 그 딱한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 부천시의 한 연립주택입니다.
수십 년째 이곳 지하층에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재개발공사 소식에 가슴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30년 전, 지상 3층의 방공호로 지어진 지하층을 분양받으면 소유권을 인정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사기 분양을 받은 게 화근이 됐습니다.
분리 등기가 안 되다 보니 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홍화재 / 정원연립 지하층 주민
- "(등기) 분리되는 줄 알고 왔죠. 건축주 말만 들은 거죠. 내 집으로 알고 살았는데 분리등기를 안 되는 걸 알았더라면 그렇게 했겠어요."
당시 지상층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지하층 포기증명서를 받았지만, 세월이 흘러 그마저도 흐지부지됐습니다.
▶ 인터뷰 : 윤광옥 / 정원연립 지하층 비대위원장
- "지상사람들과 지하사람들하고 재판을 간 결과 안타깝게도 패소했습니다. 지금은 법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기 분양을 한 건축주도 예전에 세상을 떠나고, 건설회사도 폐업한 상황.
재개발조합에 조합원으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해봤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재개발조합 관계자
- "등기 자체도 없고 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근거가 없어요. 지상에 계신 분들이 굉장히 반발이 셌어요. 조합이 무슨 돈이 있어서…."
관할 지자체인 부천시청 역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하소연할 곳도, 갈 곳도 없는 지하층 주민들의 겨울은 유난히 춥기만 합니다.
MBN뉴스 장명훈입니다. [ jmh07@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