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형사재판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선고된 하급심 사건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20일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집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로 기소된 김모씨(44)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19일 항소심 1회 공판에서 1심 판결의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에 대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8월 9일로 지정했다. 김씨 변호인은 첫 공판이 끝난 이틀 후인 7월 21일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고 선고기일 연기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지정한 기일에 선고했다.
이에 대해 상고심 재판부는 "기한 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음에도 변론 후 심판 받을 기회를 박탈한 것은 변론재개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같은 재판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를 막은 하급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서도 법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오모씨(42)는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 허위 물품을 올리고 19회에 걸쳐 482만여원을 가로챈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오씨는 지난해 11월말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에 국선변호인 선정청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국선변호인 선정에 대한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은 채 한 차례 공판 후 선고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피곤인이 빈곤을 이유로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지만 변론이 끝난 뒤에 이를 기각한 것은 방어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한 잘못이 있다"며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또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인에게 39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조모씨(47)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환송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병간호를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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