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찰 범죄사실 확인 없이 뇌물혐의 적용…부실 수사 논란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를 하고 있는 울산 경찰이 범죄 사실을 확인도 하지 않고 울산시장 비서실장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 업체가 납품할 수 있도록 외압을 넣고, 이 업체 대표 A씨와 접대골프를 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뇌물수수)로 울산시장 비서실장 B씨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월16일 울산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을 하면서 2개월에 걸쳐 비서실장 B씨 등에 대해 수사를 했다. 경찰은 이번에 B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건설현장에 부당한 외압을 넣은 혐의 외에 레미콘 업체 대표 A씨와 접대골프를 친 것도 혐의 내용에 추가했다.
이에 대해 비서실장 B씨는 "혐의 자체는 거창하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발표문을 내고 반발했다. 특히 B씨는 직권남용 혐의는 법리적으로 다퉈볼 사안이지만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결과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비서실장 B씨는 "경찰이 접대골프를 쳤다고 밝힌 2017년 6월24일 레미콘 업체 대표 등 모두 4명이 골프를 쳤고, 직접 골프 비용을 결제했다"며 신용카드 사용 내역서를 공개했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서에는 B씨가 골프 친 당일 18만9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와 있다.
경찰 확인 결과 경찰은 레미콘 업체 대표 A씨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만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울산 모 골프장에서 33만원을 결제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A씨가 비서실장에게 골프를 접대했다고 결론지었다. 경찰은 비서실장 B씨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하면서 당사자인 B씨의 의견은 물론 신용카드 결제 내역도 확인하지 않았다.
비서실장 B씨는 "경찰은 2차례 더 골프접대를 받았다고 하지만 1번은 현금으로 되돌려줬고 1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접대골프 의혹을 받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현금으로 비용을 되돌려 줬다고 해서 문제가 안되는 데 왜 나만 문제가 되느냐"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카드 내역을 확인 못한 잘못은 있다. 경찰 조사에서 레미콘 업체 대표가 비용을 전부 결제했다고 밝혀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외에 레미콘 업체 B씨와 울산시 건축 담당 국장 C씨에 대해서도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