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대학교 친환경건축학과에서 2년 전문학사 과정을 마치고 전공심화 과정에 진학해 4년제 학사학위를 받은 서동현 씨(27)는 지난해 아파트 브랜드 '반도유보라'로 유명한 반도건설 하반기 공채모집에 당당히 합격했다. 서 씨는 "흥미로운 실무위주의 강의와 실제 현장에서 쌓은 경험, 그리고 친환경건축학과만의 전문성이 자신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튼튼한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서 씨는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하면서 학문적 깊이는 물론, 일반 4년제 대학 건축과 학생들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을 실무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학 기간 중 현장 견학 및 실습을 나갔는데 그때의 경험이 실무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부천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에서 전공심화 과정을 이수해 4년제 학사학위를 받은 권오형 씨(27)는 현재 푸드서비스 및 식자재 유통 대기업인 삼성웰스토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권 씨는 "대학에서 전공심화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현장 실무에서 사용하는 많은 조리기술을 배웠다"며 "지금도 당시 배웠던 책들을 락커에 두고 틈틈이 메뉴 개발에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여자대학교 섬유패션디자인과에서 전공심화 과정을 이수한 민서진(24) 씨는 올해 1월 한솔섬유에 '컬러리스트'로 취업했다. 컬러리스트는 상품의 색상을 결정하는 색채 전문가다. 민 씨는 현재 베트남 법인에 파견돼 의류 브랜드 'GAP'의 컬러리스트로서 활약 중이다. 민 씨 역시 "실무영어는 물론 현장실무와 관련된 전공교과목 등을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이수하면서 실무역량을 갖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대학들이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은 전문대학에서 전문학사 과정(2년 또는 3년)을 졸업한 학생들이 전공심화 과정(1년 또는 2년)을 이수하면 4년제 일반대학을 나온 것과 동등한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설계한 제도다.
전공심화 과정은 간호·보건, 서비스, 보육, 정보기술(IT) 등 직업교육에 대한 직무심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체 과정 중 83%가 야간과정으로 돼 있어 일·학습 병행이 가능하다. 최근 계속교육과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전공심화 과정을 활용해 일·학습 병행을 진행하는 학생이 급증하는 추세다. 17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심화 과정 이수자는 2009년 1035명에서 2017년 9742명으로 9년간 9배가량 늘어났다. 도입 이후 지난 10년간 총 5만여 명의 이수자가 배출됐을 정도다.
전문대학들은 전문학사 과정에서 전공 기초교육과 실무교육을, 전공심화 과정에서 현장 직무능력 성취를 위한 직업심화교육을 실시한다. 이에 전공심화 과정 이수자들은 일반대학 학사 학위 취득자보다 뛰어난 현장 적응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매년 각 전문대학의 전공심화 과정에 대한 연차 평가와 교육 여건을 점검해 품질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대학들은 이를 통과하기 위해 보다 나은 교육 성과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지 못한 탓에 산업체와 사회에서 전문대학의 학사 학위가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대학원 지원시 전문대학이 검색되지 않아 학교명을 직접 입력해야 하고, 전공심화 과정 졸업자에 관한 안내 사항이 없어 졸업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점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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