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자매에 이어 '호텔 공사장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자료와 이 이사장의 증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 이사장에 대해 함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상 상습폭행 외에 특수폭행 등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8일 오전 10시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사에 도착한 이 이사장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채 청사 앞 포토라인까지 이동했다. 어두운 계열의 의상에 청색 스카프를 두르고 등장한 이 이사장은 이어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 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같은 대답으로 일관했다. 두 딸에 이어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심경을 묻는 질문에도 이 이사장은 언급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경찰은 이날 지금까지 확보한 피해자 증언, CC(폐쇄회로)TV 등 증거자료를 토대로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이 이사장을 조사했다.
이 이사장은 2014년 5월께 한진그룹 계열사인 그랜드하얏트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에게 고성을 지르면서 무릎을 걷어차고 서류뭉치를 던지는 등 폭언과 폭행을 범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가 촬영한 동영상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또 이 이사장이 2013년 서울 평창동 자택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작업자들에게 욕설을 내뱉고 주먹을 휘둘렀다는 의혹과 수행기사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일삼은 의혹 등도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경찰은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과 운전기사, 자택 경비원, 가사 도우미 등을 대상으로 피해자 진술을 광범위하게 확보했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이 이사장이 가위나 화분 등을 던져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사람이 타인을 때리거나 가위나 유리컵 같은 위험한 물건으로 폭력을 행사하면 단순 폭행죄가 아니라 특수폭행죄로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경찰은 이 이사장 측이 일부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합의를 시도하거나 회유한 정황을 포착하고 피해자 신분 노출을 막는데 만전을 기해왔다. 이 이사장은 경찰에 출석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와 달리 폭처법상 상습폭행과 특수폭행죄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폭행 피해자 일부의 처벌 의사를 경찰이 확인한 상황이기도 하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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