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평가로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이른바 '대학 살생부'로 불려온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중단해야 한다고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강원 강릉시 세인트존스호텔에서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를 열고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래사회와 고등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엔 126개 4년제 대학 총장이 참석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교육부가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정원 감축을 위해 실시하는 대학평가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주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주기, 2020년부터 2022년까지를 3주기로 설정해 총 16만 명의 정원을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대학들은 대학기본역량진단 등 정부의 평가에 목매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대학 살생부'라 불리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김창수 중앙대 총장이 이끄는 대교협 고등교육미래위원회가 총장·기획처장·평가담당자 등 대학관계자 291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주도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7%에 그친 반면 '필요 없다'는 응답자는 85.3%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획일적 평가로 대학 서열화 조장' '대학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일률적 등급설정' 등을 현재의 대학기본역량진단 문제로 꼽았다. 대학의 자율에 맡겨 구조개혁을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등교육 공공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등교육미래위에 따르면 교육부 고등교육예산에서 국가장학금 예산을 뺀 '실질 고등교육예산'은 지난해 5조9482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75%, 국내총생산 대비 0.35%로 나타나 2010년(1.82%·0.37%)에 비해 모두 떨어졌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고등교육 재정투자는 열악한 수준이다. 고등교육미래위는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9570달러(약 1074만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만6143달러의 59.3%였다"며 "2012년 국가장학금제도, 즉 반값등록금 정책이 시행된 후 대학에 대한 교육부 일반지원사업비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한 등록금 동결·인하로 사립대 직접교육비 지출이 줄면서 교육의 질이 하락했다"며 "각 대학 적립금 사용액이 적립액을 넘고 있어 반값등록금 이후 대학운영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세미나에 모인 대학 총장들은 인구절벽에 처한 대학들이 생존하기 위해 교육의 방향과 질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장호성 대교협 회장(단국대 총장)은 "앞으로 대학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힘든' 상황을 겪어야 한다"며 "정부의 구조개혁과 상관없이 미래사회에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해덕 대교협 미래위원회 전문위원(중앙대 교수)은 국내외 고등교육의 혁신 동향과 사례 분석을 통해 △기초교양교육 강화 △학생중심 교육 실현 △교육방법 혁신 △고등교육 글로벌화 △평생학습 및 커리어 개발교육 강화 등 5개 분야의 미래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대교협은 이번 세미나 내용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고등교육 미래정책 연구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올해 실시된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지난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전신으로 하며 명칭만 바뀌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
[강릉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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