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동물 축제들입니다. 직접 보고 만져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죠.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는 1천 개 정도 되는데, 이 중 동물을 테마로 한 축제는 86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감능력을 키워주고 아이들에게 생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한 동물 축제에서 당초 취지와는 달리 반생태적이고 비교육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한 대학교 연구팀이 2013년부터 15년까지 전국의 동물 축제를 조사했더니, 무려 84%가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성공한 한 지역의 나비축제에선 단 며칠을 위해 인공적으로 부화시킨 나비들이 맞지도 않는 날씨에 강제로 방사됐다가 축제가 끝난 뒤 전부 폐기됐고, 모 지역의 메뚜기 축제에선 메뚜기들이 한 번의 축제가 끝난 후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졌습니다. 그 지역에 전혀 맞지 않는 외래종을 들여와 놓고 '지역 생태체험'이라니 참 이상한 이름이 다 있죠.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동물을 먹는 행위. 포획 활동의 97%가 결국은 잡아서 먹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소싸움 축제 옆에서는 소고기를 먹는다고 하고, 양떼목장을 체험한 후에는 양꼬치 먹는 게 프로그램이라니 이 정도면 동물 축제가 아니라 '도축 축제'가 아닐까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동물을 보여주고 싶어서 '교육적 차원'에서 데리고 간다지만 잡고 죽이는 축제에서 아이들이 뭘 배울까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동물을 이유 없이 학대하고 먹고 버리는 걸 '축제'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요. 생태적 고려 없이 그냥 단순히 먹어치우는 축제는 '진짜' 축제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높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동물 축제라고 해도 동물을 학대하거나 반생태적인 축제라면 더 이상 축제가 아니죠. 동물에게는 물론 인간에게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