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33세. 구성원들의 나이도 젊다. 이 조직의 가장 노익장(?)은 최윤혁 대표(사진)지만, 그마저도 30대 초반에 이 회사의 대표로 취임했던 젊은 피다. 도서출판 세계사를 만들고 키운 최선호 전 대표의 아들인 최 대표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언뜻 '금수저'처럼 보이지만 그가 2007년쯤 회사를 물려받을 때의 상황은 절대 녹록치 않았다.
박완서 전집, 장준하 전집, 박범신 전집 등의 소설 등과 언론학 총서 <미디어북스> 시리즈 등 연간 30권씩 새 책을 내던 시기도 있었고, 국내 시인선 시리즈는 160여 권을 넘기기도 했다.
↑ 최윤혁 세계사 컨텐츠 그룹 대표 |
여러 시행착오와 오랜 고민 끝에 우선 신간은 일년에 단 4권만 내는 것으로 정했다. 분기별로 한권씩인 셈이다. 그나마 지난해는 딱 두권만 냈다. 과연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있다.
공식적인 세계사의 2016년 매출(연말 기준)은 71억8700만원으로 2015년 12억4800만원의 5.7배가 넘는다. 계열사 매출까지 합치면 2016년 매출은 100억원에 가깝다. 당기순이익은 더 드라마틱하다. 2015년 1억7400만원이 적자였던 그 회사는 이듬해인 2016년 32억68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비결은 '공을 들이는 것'이다. 콘텐츠 하나를 위해 전 구성원이 매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나게 공을 쏟는다. 이를 위해 회사 시스템부터 뒤집어버렸다. 회의와 서류가 난무한 '보고를 위한 보고 체계' 대신 프로젝트 시작부터 팀원과 대표급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전 직원과 15분씩 돌아가면서 대화를 한 뒤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킨 뒤에야 실무를 진행한다"며 "자유로운 의사전달 과정을 우선시한 '수평적 회의'에서 착안한 '15분 미팅'으로, 실리콘밸리 등에서 회사 운영을 이런 식으로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언뜻 15분 만에 모든 사안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팀원은 본인에게 주어진 15분간의 대표, 마케팅 팀장과의 미팅을 위해 최대한의 준비를 한다. 물론 미팅 도중 기획방향이 완전히 반대로 갈 수도 있지만 막바지 단계에서 결정권자의 변덕(?)으로 인한 '처음부터 다시' 과정은 없어졌다. 덕분에 프로젝트가 '출간'이라는 옷을 입을 때가 되면 기획자는 물론 디자이너까지 해당 프로젝트의 세부사항을 달달 꿰고 있을 정도의 전문가가 된다는 설명이다.
↑ 세계사 컨텐츠 그룹 직원 미팅 모습 |
최 대표는 "한권의 책이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소설이든 실용서이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다"며 "늘 스스로에게 '과연 읽기 좋은 책을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타 출판사가 아닌 스마트폰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 진정한 '에디터' 역할에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던졌다.
일년에 4권씩이지만 이미 2020년 1월에 출간할 책을 계약했다는 부지런한 세계사 컨텐츠 그룹은 조만간 책으로만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닌 '두고두고 소비되는'
그는 "정확한 사업 실루엣은 오픈 전까지 기다려 달라"면서도 "플랫폼 사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살짝 힌트를 줬다. 또한 "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한 신규 채용 소식도 조만간 오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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