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8일, 프랑스는 폭력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0년 형을 받은 아내 자클린 소바주를 영구 사면했습니다. 47년간 지속된 가정폭력 끝에 남편을 살해한 아내의 정당방위를 인정한 겁니다. 미국이나 독일도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폭력을 물리친 것에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죠. 우리는 어떨까요.
지난 2일, 장식용 돌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37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아내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도 남편의 폭력이 시작됐고,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 겁니다.
아내 측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오랜 폭력으로 아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앓고 있었지만, 우울증 진단이나 약물 치료 병력이 없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한국 여성아동 인권센터가 가정폭력 피해자가 폭력 가해자를 사망케 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 28년 동안 국내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우리 사법부는 살인에 대한 결과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죠.
정당방위의 요건도 까다롭습니다. 위협이 임박해야 하고, 방어 행위는 최소화해야 한다. 때릴 때 막는 정도에서 그쳐야 하고, 가해자가 손으로 때리는데 그걸 막기 위해 도구를 쓰면 무조건 정당방위가 안 됩니다.
사실 37년 동안 폭행이 지속됐다면 국가가 다른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는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도 못합니다. 가정폭력 처벌법 자체가 '가정의 보호와 유지'가 최우선이라서 신고를 해도 대부분 '가정 문제'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는 가정 폭력도 대부분 형사 사건으로 취급합니다.
도움을 요청해도 국가가 개입하지도 않고, 정당방위도 인정하지 않는 건 그냥 매를 맞고 죽을 것 같아도 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 가야 할 곳은 감옥이 아니라 가족이 돼야 합니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법을 개정하고 안타까운 옥살이를 줄이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