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오시는 분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계신 분이잖아요. 변호사라고 어렵게만 생각하면 얘기가 잘 안되니까요. 그래서 전 처음부터 음료수도 건네드리며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벽을 허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황 변호사의 사무실에는 사무장이 따로 없다. 사무장 없이 자신이 직접 모든 걸 다 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미팅 준비는 물론, 의뢰인과 아무리 사소한 전화 통화나 서면 작성도 모두 다 그의 몫이다. 의뢰인과의 상담이나 서면 작성은 반드시 변호사가 해야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황 변호사는 오히려 사무장을 따로 두지 않음으로써 수임료를 낮출 여지가 생겨 더 좋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변호사를 쓰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생각을 하세요. 하지만 사무장 없이 제가 직접 모든 일을 하면서 관련 비용을 줄이고 결국 이는 의뢰인에게 변호사 선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부분이 되더라고요."
외대 법학과 출신인 황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 후 한 대형 보험사의 소송 대리인으로 활약했다. 보험사를 대신해 교통사고 손해배상소송과 보험금 소송, 또 시설·여행사고 등 각종 사고 관련 소송을 맡았다.
교통사고 손해배상소송의 경우 과실비율을 적게 받게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과실비율은 보험사에는 곧 손해액, 보험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할증비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예로 그는 1심에서 상대방의 과실이 20%로 판단된 교통사고에서 항소심에서 과실 90%로 인용된 사례를 들려줬다.
"제 의뢰인 차량은 교차로에서 신호에 따라 좌회전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의뢰인 차량과) 반대 방향에서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던 상대방 자전거를 의뢰인이 충격한 사고였죠. 1심에서 상대방의 과실이 20%로 판단됐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사고 당시 의뢰인 차량이 신호 및 차선을 지키며 정상 주행 중이었던 점, 상대방 차량과의 충돌을 전혀 회피할 수 없었던 점, 상대방 자전거의 이례적인 주행 모습, 도로 위 다른 차량들의 주행상태와의 비교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고 결국 상대방 차량 과실이 90%로 인용됐어요."
"다행히 피가 터지고 끔찍한 장면들은 블랙박스에 직접 잡히지 않아요. 소리로만 들을 수 있어서 계속 (블랙박스를) 돌려볼 수 있는거죠. 1년차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수많은 교통사고 블랙박스를 접했고, 그러면서 저 만의 눈이 생긴 것 같아요."
황 변호사가 블랙박스를 꼼꼼히 잘 본다는 소문이 퍼지자 선후배 변호사들조차 자신이 맡은 교통사고 블랙박스 내용 검토를 카카오톡으로 급히 요청하기도 했다.
일이 익숙해질 무렵 그는 기업이 아닌 일반 의뢰인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법정에서 유독 교통사고 관련 피해자들이 변호사 없이 자신이 직접 변론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부터다.
"많이 안타까웠어요. 일반인이 변호사 없이 재판하면서 교통사고 장면을 동영상으로 재현해 오기도 하는데, 결국 그 동영상을 내면 더 불리하고, 질 게 뻔한데도 잘 모르고 애쓰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판사님은 내 억울함을 알아주시겠지'란 마음인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법리적 다툼은 또 다른 문제이니까요."
그래서 결심했다. 개업을 해 법의 문턱을 낮춰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과 같은 생존 경쟁 시대에 비교적 안정적인 로펌이나 사내 변호사직을 더 선호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물론 안정적인 직장을 벗어나니 고정 수입은 많이 줄었어요(웃음).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제가 해야만하죠. 하지만 개업 후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뭘 할까' '뭘 할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공부도 훨씬 많이 하는 것 같고요. 어떤 의뢰인을 만날지 모르니
젊은 나이에 변호사가 됐지만 그만큼 좌고우면 하지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는 황 변호사. 변호사가 꼭 돈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됐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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