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침 전국 상당수 지역의 최저 기온이 현대적인 기상관측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100여년 만에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전대미문의 폭염이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화요일인 24일에도 전국의 낮 기온이 37도까지 오르는 불볕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24일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숨 막히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고 23일 예보했다. 24일 아침 최저기온은 24∼29도, 낮 최고기온은 32∼37도로 예보됐다. 안성과 이천, 홍천, 안동, 대구 등의 한낮기온은 37도까지 치솟겠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6도까지 오르겠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많겠다.
절기상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23일 강릉의 아침 최저 기온은 31.0도로, 강릉에 관련 장비가 도입된 1911년 이후 해당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20세기 초반 이래 가장 높았다.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면 열대야라고 부른다.
기상청 관계자는 "어제 낮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 높게 오른 가운데 제10호 태풍 '암필'에 동반된 구름대가 유입되면서 복사 냉각이 차단돼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못하고 높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불볕더위는 8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23일 '8∼10월 3개월 날씨 전망' 보도자료에서 8월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무더운 날이 많겠다고 내다봤다.
폭염에 따른 사망사고도 잇따랐다. 23일 낮 12시 40분께 충북 괴산군 불정면 지장리의 한 담배밭에서 일하던 베트남 국적의 40대 남자 근로자 A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곧바로 숨졌다. A씨는 인력회사를 통해 이날 오전 6시께부터 담배밭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괴산보건소는 A씨가 폭염 속에서 일하다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에서는 올해 폭염에 따른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23일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1시 47분께 부산 서구의 한 빌라에서 90대 B씨가 거실에 쓰러져 숨져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했다. B씨는 아내가 한 달 전 병원에 입원한 뒤 집에서 혼자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아들은 이날 오전 아버지와 연락이 되지 않자 집을 방문했다가 아버지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 검안의는 B씨가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경찰이 B씨 집을 찾았을 당시 에어컨 등 냉방기는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동민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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