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들여온 특수 장비로 조작 흔적을 남기지 않고 중고자동차 주행기록을 조작한 뒤 시세보다 비싸게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작 기술자 송 모씨(39)와 중고차 판매딜러 이 모씨(42)를 자동차관리법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중고차매매업체 딜러 김 모씨(42)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송씨는 2015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중고차 145대의 주행거리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다.
송씨는 당초 자신의 노트북에 조작 프로그램을 설치해 중고차 주행거리를 바꿔왔다. 그러나 일부 자동차에서 조작이 되지 않자 지난해 2월 자동차 운행기록 자가진단기(OBD) 장치에 연결해 주행거리를 변경하는 '디아프로그-4'라는 장비를 수입했다. 이 장비는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 장비로 5분 사이에 조작이 이뤄지고 흔적도 남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중고차 판매업자에게 차량용 전자제어장치 설정 변경 작업을 한다고 명함을 배포한 뒤 문의가 오면 주행거리 조작을 제안했다. 작업 비용으로 국산차는 20만원, 외제차는 8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는 신차가 출고 이후 4년까지는 자동차등록원부에 주행거리가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주행거리를 조작했다. 4년이 넘은 중고차는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된 주행거리보다 높게 변경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송씨에게 주행거리 조작을 의뢰한 이씨는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경매업체에서 중고차 130대를 넘겨받은 뒤 주행거리를 낮춰 시세보다 100만~500만원 비싸게 판매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행거리 조작 사실을 모른 채 매수한 사람들은 제때 부품 교환과 차량 정비를 받지 못해 교통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며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적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차량은 조작을 의심하고 자동차등록증 등을 통해 주행거리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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