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그림 대작` 조영남, 사기 혐의 항소심서 무죄

대작 화가가 그린 그림에 마무리 작업만 한 뒤 본인 작품으로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 씨(74)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수영)는 17일 조씨의 사기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화투를 소재로 한 조씨 작품의 밑그림 등을 그린 화가 송모씨와 오모씨를 조씨의 보조자로 볼 것인지 여부와 대작 화가가 있음을 대중과 구매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사기죄에 해당하는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조 씨는 송 씨 등에게 밑그림 작업을 할 작품의 종류, 위치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정도 요구했으며, 본인이 추가 덧칠을 통해 자신이 구상했던 콘셉트에 맞게 만들어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 미술에서 협업 필요성이 넓어지고 있고, 작가는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기계나 전문가를 고용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도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구매자들이 조씨의 친작(親作·직접 만듬)임을 전제로 구매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 중순까지 송씨 등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가벼운 덧칠 작업만 거친 그림 21점을 팔아 1억53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송씨 등이 작품에 기여한 정도를 보면 조 씨의 창작활동을 손발처럼 돕는 조수에 불과하다기보다 오히려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 한다"며 대작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유죄라고 판단했다.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