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단역배우 자매의 장례식이 9년여 만에 치러졌습니다.
오늘(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7호에서는 이들의 추모 장례식이 엄수됐습니다. 이들은 14년 전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04년 대학원생이던 A 씨는 동생 B 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배우들을 관리하던 관계자 12명에게서 지속해서 성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A 씨에게 2차 피해가 이어졌고, 가해자들의 협박도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009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동생도 얼마 후 자책감으로 언니의 뒤를 따랐습니다.
이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해당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인원이 20만 명을 넘어 청와대 답변 대상이 되는 등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추모 장례식을 연 두 자매의 어머니 장연록 씨는 "청와대 국민 청원의 20만 명 달성에 따라 꾸려진 경찰청 진상조사단에서 올해 5월 중간조사 결과를 들었다"며 "그동안 쓰러져 있느라 경황이 없어 엄마로서 장례식도 못 치러줬는데 중간조사 결과를 듣던 날 장례를 치러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장례식장에는 어머니 장 씨가 딸들에게 쓴 편지가 놓였습니다.
편지에서 장 씨는 "보물 1호, 2호 그렇게 불렀었지. 장례식을 치러주지 못해 무거운 맘으로 지냈는데 이제 그날이 왔구나"라며 "그동안 우리 딸들의 엄마여서 행복했고,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웠고 감사했다. 편히 천국에서 잘 지내렴. 훗날 엄마 만나는 날 늙었다고 못 알아보면 안 돼. 잘 가라. 잘 가라"라고 적었습니다.
애써 웃으며 조문객을 맞이하던 장 씨는 자신의 여고 동창들이 찾아오자 끝내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장 씨는 동창들에게 "너무 황당해서 숨겼다. 잘 키워서 좋은 일로 봤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날 추모 장례식은 익명으로 받은 기부금과 여성가족부·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지원을 통해 열렸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쯤 장례식장을 찾아 장 씨를 위로했습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정 장관은
이어 "두 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일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