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LG 조세포탈` 혐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약식 기소

검찰이 LG그룹 100억원대 탈세 혐의 수사와 관련해 28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 14명을 약식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이날 "(주)LG 대주주 14명을 양벌규정에 따라 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주주 지분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 등은 지난 10년간 보유하던 (주)LG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를 받고 있다. 대주주의 경우 보유 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내는데, 거래 상대방이 특수관계인인 경우 양도소득세에 할증 20%가 더 붙는다. 그동안 검찰은 구 회장 등이 양도소득세는 냈지만 할증세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조사해왔다.
검찰은 구 회장 등이 지분율 방어를 위해 (주)LG 주식을 총수 일가끼리 거래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대주주인 A가 보유 주식을 처분할 경우 외부에 매각하면 총수 일가 전체 지분율이 줄어들 수 있어 다른 대주주인 B에게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 회장은 보유해온 (주)LG 주식 100만주를 2015년 4월 1일부터 사흘간 분할해 장내 매도했다. 당시 주가가 6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총 매각대금은 약 6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조카인 구 모 씨 등은 100여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검찰은 이러한 방식으로 장기간 주식이 거래된 정황 등을 고려해 이를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LG 측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거래했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대주주 A가 매도한 주식 수와 대주주 B가 매수한 주식 수가 같다고 해도 장내에서 거래됐기 때문에 이를 동일한 주식으로 볼 수 없어 할증세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설령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간주하더라도 그동안 양도소득세를 내왔기 때문에 고의로 할증세를 탈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LG 측 입장이다.
[송광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