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보배드림` 게시판에 무단횡단을 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
9초가량의 짧은 블랙박스 영상에는 빨간 불임에도 좌우를 살피지 않고 직진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게재한 차주는 "해당 여성이 2~3발자국 건넜을 때 신호가 바뀌었는데 확인도 안 하고 앞만 보고 무단횡단을 했다"며 "순간적으로 서행하긴 했지만 목숨이 여러 개도 아니고 이해가 안 간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운전자가 바뀐 신호 보고 그냥 엑셀 밟았으면 사고 나는 상황", "낮이라 다행이지 밤이었으면 답 없다" 등의 댓글을 달며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여성을 비난했다. '잠재적 자해공갈단'이라며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댓글까지 달렸다.
다만 횡단보도를 건너는 과정에서 신호가 바뀌었기 때문에 무단횡단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지나갈 경우 정차 후 건너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전방을 주의 깊게 주시하면서 보행자 발견 즉시 바로 제동할 의무가 있다.
앞서 지난 26일에도 또 다른 자동차 커뮤니티에 무단횡단을 하는 여성의 영상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갑자기 돌진해 너무 놀랐다"며 "워낙 순식간이라 클랙슨조차 울리지 못했다"고 글을 적었다.
운전자를 배려하지 않고 거리낌없이 무단횡단하는 이들을 가리켜 '무단횡단 빌런'이라 칭하며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는 포털사이트 계정까지 생긴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1675명이 교통사고 사망자로 집계된 가운데 무단횡단 사망자는 562명(33.6%)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이 무단횡단을 하다가 숨졌다. 이에 무단횡단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행자 교통법규 위반 사항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 처벌의 수위가 낮아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무단횡단 사고의 경우 운전자 과실 및 보행자 과실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보행자 40%, 운전자 60% 정도의 과실 책임이 따른다. 사고 발생 시점, 주위 시설물 유무 등 사건의 경위를 따져 과실 비율을 책정하게 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의 죄를 범한 경우에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운전자 입장에서 무단횡단 사고는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운전을 해도 갑작스러운 무단횡단자들의 등장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와 같은 상황을 지적하며 운전자가 아닌 무단횡단을 한 사람을 강력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왜 운전자 전방주시 태만인지 모르겠다"며 "운전자 과실이 인정되려면 무단횡단자들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최근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던 과거와는 달리 보행자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야간에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택시운전사 이 모씨(69)에게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고 지난 4월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