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브이로그 영상에 내가 나왔다면…초상권 침해?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학생 김소영 씨(24)는 최근 친구로부터 자신이 모습이 등장한 사진을 전달받았다. 김씨 친구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다 김씨를 발견하고 캡처해서 보낸 것. 김씨는 "식당에서 미니 삼각대를 놓고 촬영하길래 그냥 개인 영상을 촬영하는 줄 알았다"며 "공개 계정에 올린다면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라도 해서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BJ, 유튜버 등 1인 크리에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촬영하는 '브이로그(V-Log)' 영상이나 '라이브' 영상에 동의 없이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자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먹방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한 유튜버가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으며 지나가는 영상을 게재하자 댓글 창에 "주위 사람들 모자이크 해 주세요", "영상 다시 올려야 할 듯" 등의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해당 유튜버는 영상 삭제 뒤 사과의 말과 함께 주위 사람들을 모자이크한 영상을 재업로드했다.
지난달 3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최근 핸드폰이나 카메라로 브이로그 찍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글이 게재되자 "대놓고 찍는다고 몰카가 아닌 건 아니다"며 "수백, 수천 명이 보는 플랫폼에 내 모습이 돌아다닐 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라는 비슷한 반응의 댓글이 달렸다. 또 "브이로그는 편집이라도 해서 올라간다지만 라이브 생방송 같은 경우 편집도 불가능하니 규제가 필요하다"는 등 불만을 호소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이같이 본인 동의 없이 타인의 초상을 촬영 및 배포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 행위다.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로 신체의 일부만 촬영된 경우라도 누구인지 알아볼 정도라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L 법률상담센터의 한 변호사는 "노출된 부위가 본인임을 특정할 수 있는, 식별 가능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 이는 초상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며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에 따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라이브 생방송의 경우 바로 영상이 송출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동의를 확인받는 절차가 없었다면 초상권 침해 정도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에도 홍대나 강남 등 번화가에서 길 가는 여성을 마구잡이로 붙잡고 '헌팅방송'을 촬영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생중계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영상을 촬영했던 남성 BJ 대다수가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여성들의 얼굴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이 같은 헌팅방송 역시 불법으로 성희롱, 개인 정보 노출 등 추가 범죄 우려도 있다.
이에 지난달 2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길거리 인터넷 방송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원치 않는데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도 모르는 내 얼굴이 나오는 게 싫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길거리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겠다"며 길거리에서 방송하는 BJ에 대한 규제를 요청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