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직장내 상습 성희롱, 해고 정당"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상습적으로 했다면 해고 사유로 충분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에 다소 관대했던 사회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유상욱 기자입니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 지점장 정 모 씨는 지난 2003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여직원에게 목과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했습니다.

실적이 좋을 때는 칭찬과 함께 얼굴을 들이대거나 귀에 입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정 모 씨는 이런 식으로 1년간 8명의 여직원을 상대로 14차례에 걸쳐 성희롱하다가 해고됐습니다.

이후 정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 해고' 판정으로 복직했지만 또 다른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것과 자신의 비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피해 여직원들을 만나 회유했다는 이유로 다시 해고됐습니다.

정 씨는 부당해고 취소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해고는 정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정 씨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면서도 "직원에 대한 애정을 표시해 직장 내 일체감과 단결심을 이끌어낸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결국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은 정 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는 사업주나 사업주를 대신할 위치에 있는 자의 성희롱은 더욱 엄격하게 취급돼야한다"며 "지점장인 원고의 행위는 직원들의 일체감과 단결을 위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인터뷰 : 오석준 / 대법원 공보관
-"성희롱을 행하는 상급직원보다 당하는 부하직원의 의사와 감정이 중요하다는 전제 하에 나온 것입니다."

유상욱 / 기자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관대했던 사회 분위기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유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