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신세경씨의 유튜브 채널. 두 달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그는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브이로그를 직접 촬영·편집해 업로드하고 있다. 올라온 영상이 7개에 불과함에도 구독자 수는 벌써 5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캡처] |
대학생 정서진 씨(25)는 요새 이 브이로그를 보는 낙으로 산다고 말한다. 자취방에 떡하니 TV는 있지만 언제나 브이로그를 틀어 둔다. 정 씨는 "혼자 살다 보니 외로울 때도 있는데 일상 브이로그를 보고 있으면 소통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엔 내가 왜 남의 하루를 이렇게 관음 하듯 들여다보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그럼에도 정 씨는 "브이로그를 보는 건 영상에서 오는 편안함 때문"이라며 "누가 더 자극적인가 경쟁하는 듯한 영상들에만 노출되다 무해하고, 잔잔한 콘텐츠를 접하니 힐링 받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검색해 몇 개를 들여다보면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해 먹고, 친구들을 만나고, 집안일을 하고, 밤에는 혼자 야식을 먹는 등의 평범한 생활이 담겨 있다. 유튜버마다 분위기의 차이는 있지만 하루의 일상을 찍다 보니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그렇게 심심한 영상을 누가 볼까 싶어도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일상 유튜버들이 있을 정도다.
햄버거 수십 개를 한 번에 먹는 장기나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버금가는 화장 실력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브이로그다 보니 유튜버들의 면면도 매우 다양한 편. 전문 콘텐츠를 앞세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대개 영상 제작을 본업으로 하지만, 일상을 콘텐츠 화하는 브이로거는 유튜버 외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브이로거 중엔 직장인, 학생, 주부, 사업가, 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기발한 기획도, 화려한 편집도 흔치 않은 브이로그에 청년층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호기심이 가장 큰 동물이 바로 인간이라는 말이 있듯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하는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 브이로그 열풍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퇴사를 고민한다는 직장인 이 모씨(28)는 퇴사 후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검색해 시청한다. 그는 "퇴사를 했거나 앞둔 유튜버의 브이로그에는 퇴사를 고민하게 된 이유, 퇴사 후 변화한 것들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며 "무엇보다 '남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한국 사회가 워낙 경쟁과 비교가 심한 사회이기 때문에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듯한 사람들을 보는 데서 오는 박탈감이 크다"며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브이로그 속 평범한 일상이 청년들에게 안도감과 공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 있는 브이로그 열풍에 힘입어 일상 유튜버에 도전하는 1030세대도 늘고 있다. 따로 품 들일 필요 없이 자신의 일과가 곧 콘텐츠가 되는 단순함과 거창한 편집이 필요하지 않다는 간편함 덕이다. 유튜버를 꿈꾸더라도 콘텐츠 기획과 편집이 부담돼 선뜻 도전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브이로그의 진입장벽은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
브이로그 제작 수요가 늘자 관련 업계도 영상 제작에 특화된 상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영상 제작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아이템은 바로 카메라. 소니와 캐논 등 대표 브랜드들은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면서도 들고 다니기 쉽고 가벼운 제품들을 출시했다. 소니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카메라를, 캐논은 미러리스 카메라 최초로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상품을 내놨다.
브이로그 제작으로 영상 편집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들을 위한 쉬운 편집 툴도 많이 개발됐다. 특히 편집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브이로거 중 몇몇은 일반적인 편집 프로그램인 파이널컷, 어도비 프리미어, 애프터 이펙트 등을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폰 앱만으로 영상을 완성하기도 한다.
↑ 브이로그 제작에 특화된 스마트폰 편집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기자가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화면. 앱을 처음 사용하는데도 사용법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으로 짜여 있었다. 4분 남짓한 영상을 만드는 데 30분이 걸렸다. [사진 출처 = 오현지 인턴기자] |
영상 편집 앱을 내려받아 편집을 시작했다. 앨범에 있는 조각 영상들을 선택하면 한 번에 하나의 영상으로 합쳐지고 사용자는 컷 편집부터 시작하면 된다. 처음 사용하는 데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으로 구성돼 있었다. 특히 컷 편집, 배경음악, 효과음, 자막 등의 기본 기능은 물론 내레이션과 보정, 꾸미기 기능까지 있어 꽤 그럴싸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컷 편집을 하고, 쓸데없는 장면들을 잘라내다 보니 영상 길이는 4분으로 줄었다. 손에 익기만 하면 그럴듯한 영상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했다.
일반인뿐 아니라 대중에 잘 알려진 연예인들도 브이로그 제작에 뛰어든다. 소속사에서 기획과 편집을 도맡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소소하고 친근한 일상을 담은 연예인 채널의 인기가 높다. 특히 두 달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배우 신세경 씨의 경우 업로드한 영상이 7개에 불과함에도 벌써 5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곧 일상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예정이라는 김지형 씨(23)에게 브이로그를 제작하려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일상 영상의 가장 큰 매력은 추억을 생생하게 남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블로그나 개인 SNS를 통해 꾸준히 일상을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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