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 폭행과 성폭행 파문 이후 체육계에서 ‘미투’ 운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성 추문 등 각종 비위를 저지른 빙상 지도자들이 버젓이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15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2014년 대학 빙상팀 코치 시절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임신까지 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여전히 지도자로 ‘영업’ 중입니다. 태릉선수촌 근처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태릉선수촌 내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빙상연맹 등록선수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동안 태릉스케이트장에서 훈련할 수 있고, A 씨는 개인 코치 자격으로 태릉스케이트장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B 씨는 국가대표 코치였으나 2012년 여자 선수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내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선수촌에서 퇴출당했습니다.
당시 B 씨는 법적 처벌이나 대한체육회, 빙상연맹의 징계를 받지 않았지만 2016년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영구제명됐습니다.
그러나 B 씨 역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B 씨는 목동 빙상장에서 개인 코치 강습 대관을 승인받아 역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어제(14일) 오후 “B 씨가 목동 빙상장에서 일(개인지도)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A 씨와 B 씨 외에도 폭행, 성추행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지도자들이 전국 빙상장에서 강습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 대표는 “성 추문 전력이 있는 코치들의 (지도자) 활동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여러 곳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영구제명된 A 씨와 B 씨가 지도자 생활을 계속하는 건 학교 운동부나 특정팀 소속 코치가 아닌, 개인 레슨이라는 편법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체육계의 폐쇄성으로 인해 이처럼 영구제명 등의 중징계를 받았던 코치들의 강습 사실을 관련 기관에 알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 빙상인은 “빙상장 측에 코치의 징계 전력 등을 신고하고 시정을 요청하게 되면, 이른바 ‘신상’을 털어 누가 신고했는지를 금세 확인하고, 신고자의 개인 정보를 지도자들이 공유한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빙상장은 특히 지역체육회, 시설관리공단 등에서 운영하고 그래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누구누구 ‘라인’이라는 이유로 검증 없이 대관 신청을 승인한다”면서 “징계 전력이 있는 지도자들의 빙상장 개인 레슨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폭행,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발표했습니다. 문체부는 성추행도 영구제명 대상에 포함하고, 특히 성폭력 관련 징계자의 국내외 체육 관련 단체 종사를 막겠다고 강조했
하지만 폭력, 성폭력 전력이 있는 지도자가 목동 빙상장처럼 정부 소유가 아닌 곳에서 개인 코치로 일하고, 개인 레슨을 하는 것과 관련한 대책은 없는 상태입니다.
김승규 문체부 체육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만, (폭력, 성폭력 전력이 있는 지도자의) 개인 레슨 부분도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