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칼국수 식사를 하며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삼시세끼 가리지 않고 청와대 참모진에게 '번개 호출'을 자주 했습니다.
이 번개 호출의 당사자였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혼밥 하시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대통령의 혼밥은 위험 신호라고 했지요. 혼밥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대통령'의 혼밥은 소통의 부재를 상징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불안한 겁니다.
자유한국당 여의도 연구원이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일정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외교 일정과 총리 주례회동을 제외하고 취임 이후, 총 1,800끼니 중 식사 회동은 100회, 전체 일정 2,144건을 따져 봐도 의원들과 만난 건 4%인 86건, 이 중에서도 야당을 만난 건 26건이 다였습니다.
그럼, 야당은 소통을 잘하고 있는가.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조해주 중앙선관위원을 임명한 것에 대한 반발로 단식에 들어간 상태죠. 사실, 단식은 합법적 수단으론 도저히 권력에 맞설 수 없던 시절, 정권에 대항하던 마지막 수단이었습니다. 목숨을 걸 만큼 비장한 것이었고 그 덕에 독재정권하에서도 민주화를 쟁취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단식은, 그 어떤 절박함도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았죠. 그저 이벤트 같은 일을 '단식'으로 포장했기에 조롱이 쏟아졌던 겁니다.
'혼밥' 과 '단식'은 모두 국민을 위한 '협치'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단어들입니다. 되레 소통의 부재를 의미하죠. 청와대와 한국당 모두 자신에 대한 비난에 해명을 하고 있지만, 그래서, 진실을 다 아는 국민의 눈에는 모두 소통 부족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유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