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런타인데이에 이성적인 호감 없이 단순한 인사치레로 돌리는 초콜릿인 `의리초코`. 일본에서는 의리초코를 준비하기 위해 많게는 수십만 원의 비용을 지출하기도 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맘때면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 항상 올라오는 꾸준 글이 있다. 바로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줄 '의리초코'를 준비해야 하냐는 것. 의리초코는 밸런타인데이에 이성적인 호감 없이 단순한 인사치레로 돌리는 초콜릿을 말한다.
말 그대로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의리초코를 챙기는 직장인들의 수는 의외로 많은 편이다. 관련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은 명목상 초콜릿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2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7.2%가 '밸런타인데이 때 의리초코를 챙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의리초코를 선물할 것이라고 답한 직장인은 56.5%에 달했다. 2016년 2월 성인남녀 9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동일 설문조사의 경우에도 직장인의 46.5%가 '직장 상사와 동료를 위한 의리초코를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 주자니 찝찝하다'며 부담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직장인 정지현 씨(27)는 "챙기고 싶지 않지만, 그냥 넘어가자니 신경이 쓰여서 준비할 예정"이라며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선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대놓고 초콜릿을 요구하거나 눈치를 주는 상사 탓에 골머리를 앓는 직장인들도 있다. 이경민 씨(28)는 "밸런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 출근을 하면 '경민 씨, 뭐 없어?'라고 꼭 묻는 상사가 있다"며 "그들 입장에선 유머일 수 있겠지만 부하 직원에겐 작지 않은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초콜릿을 준비한 직원과 준비하지 않은 직원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며 망신을 주는 상사도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의리초코를 돌린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리초코 문화가 처음 시작된 일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7년 12월 일본의 여성 대상 정보사이트 마이나비우먼이 여성 2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밸런타인데이 때 손타쿠(忖度. 스스로 알아서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5%가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초콜릿 이야기를 꺼내는 상사 때문에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그저 그런 초콜릿을 선물한다고 답했다.
이에 일본에서는 아예 이 문화를 뿌리 뽑자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1950년대 초콜릿 회사들이 매출 증대를 위해 만들어낸 일본의 '기리(義理·의리) 초코' 관행은 여성 직장인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돼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돼 왔다. 일본의 여성 직장인들은 매년 밸런타인데이 때 많게는 수십만 원의 비용을 감당해가며 의리초코를 준비한다. 밸런타인데이 시즌이 되면 백화점에 의리초코를 위한 특별 판매장이 꾸려질 정도다.
의리초코 문화 탓에 경제적,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여성들이 많다 보니 일본 내 기업 사이에서는 인사치레에 불과한 초콜릿 선물을 금지하는 기업들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의리초코를 곧 권력 남용으로 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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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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